CH.화제의판결.민사

서울서부지법 2008. 11. 28. 선고 2008가합6977 판결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 항소〈존엄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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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2008. 11. 28. 선고 2008가합6977 판결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 항소〈존엄사 사건〉[각공2009상,59]

【판시사항】

[1]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생명연장치료 중단 요구를 의사가 거부할 수 없는 경우

[2]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의식불명의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의사에 대한 인공호흡기제거 청구를 인용한 사례

【판결요지】

[1] 생명연장 치료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이 될뿐만 아니라 식물상태로 의식 없이 생명을 연장하여야 하는 정신적 고통의 무의미한 연장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환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더 부합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크게 된다. 따라서 의식불명의 식물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는, ① 치료가 계속되더라도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② 환자가 사전에 한 의사표시, 성격, 가치관, 종교관, 가족과의 친밀도, 생활태도, 나이, 기대생존기간,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함이 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하여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크다. 따라서 생명의 연장을 원하지 아니하고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제한되지 아니하고 의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이에 따른 인공호흡기의 제거행위는 응급의료 중단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의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의식불명의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의사에 대한 인공호흡기제거 청구를 인용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37조 제2항, 형법 제250조, 제252조, 의료법 제15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 제9조, 제10조 [2] 헌법 제10조, 제37조 제2항, 형법 제250조, 제252조, 의료법 제15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 제9조, 제10조

【전 문】

【원 고】원고 1외 4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1인)

【피 고】피고 학교법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신동선)

【변론종결】2008. 11. 6.

【주 문】

1. 피고는 원고 1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

2. 원고 2, 3, 4, 5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2, 3, 4, 5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2, 3, 4, 5가 부담한다.

【청구취지】원고 1 : 주문 제1항과 같다.

원고 2, 3, 4, 5 : 피고는 원고 1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1은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을 입고 피고 산하 ○○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원고 1의 자녀들이다.

나. 원고 1은 2008. 2. 18.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고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 출혈 등으로 인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이에 피고 병원의 주치의 등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원고 1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원고 1은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으며,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치료를 받아오고 있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 사망에 이르게 된다.

2. 원고 1의 인공호흡기 제거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1의 주장

원고 1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기결정권에 기초하여 치료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바, 원고 1은 이미 의식이 회복불가능한 상태로서 현재 원고 1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이 사건 치료는 원고 1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 징후만을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여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고, 원고 1은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사망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어 이 사건 치료의 중단으로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사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 1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원고 1은 현재 의식불명으로 그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의 중단은 곧 원고 1의 사망을 초래하므로 환자에 대한 생명보호의무가 우선하는 피고 병원은 원고 1에 대한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나. 인공호흡기에 관한 의사(의사, 이하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을 포함하는 의미로 본다)의 치료중단 의무

(1)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이자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어 있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환자가 자기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의사의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는 환자가 위와 같이 결정권을 가지는 신체 및 기능에 대한 침해행위를 필수적으로 수반하게 되므로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치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 및 치료의 범위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질병이 계속 진행되어 장차 시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르게 될 상황이라고 하여도 자기결정권에 기초하여 치료를 시작하지 아니하거나 계속되어 온 치료를 중단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의사는 환자가 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환자의 질병 및 치료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 이에 기초한 환자의 의사결정에 반하는 치료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므로, 환자의 자기결정에 기한 치료 중단의 요구가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는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2) 그렇다면 치료행위를 중단함으로써 환자가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두고 인간 존엄성의 기초를 이루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어느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치료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생명권과 충돌하는 경우 생명의 보호를 위해 그 제한이 불가피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법률로써 제한되고 있고 있는바,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형법은 그 법률상 제한으로서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의료법〉

제15조 ② 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 ②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 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한 때에는 즉시 응급의료를 행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제9조 ① 응급의료종사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

1.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2. 설명 및 동의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어 환자의 생명에 위험 또는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

제10조 응급의료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중단하여서는 아니된다.

〈형법〉

제252조 ① 사람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이에 의하면, 응급환자에 대하여 행하는 응급의료는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의 동의를 요하는 것이지만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생명에 급박한 위험 등이 있는 경우에는 설명 및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더라도 의사는 응급의료를 개시할 의무가 있고, 응급의료를 개시한 후 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급의료를 중단하여서는 아니되는바, 어떠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환자가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환자는 응급환자라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치료의 중단은 생명보호의 원칙 및 형법상 자살관여죄 등 처벌규정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원칙적으로 중단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여 환자가 그 치료의 중단을 요구하더라도 의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환자의 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이러한 범위에서 생명 보호에 근거하여 위 법률들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황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의사는 치료중단의 방법으로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환자의 요구에 원칙적으로 응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인간은 그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맞게 되므로 인간의 존엄성은 생명권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기는 하나 정상적으로 생존해 있는 동안뿐만 아니라 그 생을 다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죽음의 순간에도 구현되어야 하는 궁극적 가치이고, 특히 의학기술의 발달로 의료장치에 의한 생체기능의 유지 및 생명의 연장이 가능해진 오늘날에는 생명연장 치료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식물상태로 의식 없이 생명을 연장하여야 하는 정신적 고통의 무의미한 연장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해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경우에는 환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더 부합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크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의식불명의 식물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는, ① 치료가 계속되더라도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② 환자가 사전에 한 의사표시, 성격, 가치관, 종교관, 가족과의 친밀도, 생활태도, 나이, 기대생존기간,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함이 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하여 죽음을 맞이할 이익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크다고 할 것이어서, 생명의 연장을 원하지 아니하고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제한되지 아니하고 의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이에 따른 인공호흡기의 제거행위는 응급의료 중단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의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의사가 환자의 치료중단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경우, 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관한 실체적, 절차적 요건은 입법으로 자세히 규정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하겠으나, 구체적 입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치료거부권 및 죽음을 맞이함에 있어 존엄을 추구할 권리는 헌법에서 직접 도출되는 권리로서 생명보호의 원칙과의 충돌 및 이익형량을 고려한 법 해석상 위와 같은 최소한의 요건이 설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이에 추가적 요건을 두거나 요건을 강화하는 입법 역시 그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이 사건 인공호흡기 제거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1은 현재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원고 1의 청구에 따라 원고 1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위에서 본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1) 회복가능성 및 치료의 의학적 무의미성

회복가능성 및 치료의 의학적 무의미성에 관한 판단은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 병원뿐만 아니라 제3의 중립적 의료기관에 의한 의학적 진단을 토대로 하여 환자의 생명 회복(생명연장치료장치의 항시적인 도움없이 생존할 수 있는 상태) 및 의식 회복의 가능성과 치료의 의학적 의미에 대한 규범적인 판단이 되어야 할 것으로, 갑 제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 서울아산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의학문헌(Plum and Posner’s Diagnosis of Stupor and Coma 4th Edition, 2007)에 의하면 통상적인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의 경우 상태발생 후 3개월 내지 6개월이 경과한 시점의 경우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0% 내지 8%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환자의 상태와 뇌손상의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반적인 추정치로서 뇌영상 촬영이 없는 신경과적 검진을 토대로 한 것이다.

(나) 원고 1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상태에 빠진 2008. 2. 18. 당시 자발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호흡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고, 대뇌의 인지 기능의 상실로 의식이 없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며 자발적으로 눈을 뜨고 외부의 자극에 움직이는 반사 반응을 보이는 등 뇌간 기능의 일부만 유지되고 있었으며, 2008. 4. 18. 시행한 뇌파검사는 심한 미만성 뇌기능 이상 소견을 보였다.

(다) 현재 원고 1은 만 76세의 고령으로서 식물상태 발생 후 8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며 자발호흡이 불가능하여 인공호흡기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호흡을 하고 있고, 자발적으로 눈을 뜨기는 하나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아니하고 통증 자극에 대하여는 팔다리의 반사적 반응은 있으나 얼굴 표정이나 안구 운동에서 반응을 보이지 아니하며, 동공은 대광반응이 없고 안구의 시선은 양쪽이 모두 우측 상향으로 치우쳐져 있으며 바빈스키 징후도 비정상이다.

(라) 원고 1에 대하여 2008. 10. 16. 시행한 뇌 MRI 검사에 의하면 뇌는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있고 대뇌 피질이 파괴되어 있으며 기저핵 및 시상의 구조가 보이지 아니하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는데 다만 뇌간 기능의 일부가 살아 있음으로 인하여 자발적인 눈뜨기와 팔다리의 반사적인 운동을 보인다.

(마) 원고 1은 뇌간 기능의 일부가 유지되고 있고 뇌파의 평탄화현상이 없으므로 뇌사상태라고 할 수는 없으나, 식물상태의 발생이 외상이나 대사장애에 기인한 경우와 비교할 때 예후가 가장 나쁜 심호흡 정지에 기인한 경우로서 자발 호흡도 불가능하므로 통상의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보다 더 심각하여 뇌사에 가까운 상태이다.

(바) 원고 1의 담당 주치의인 의사 소외 1은 원고 1의 위와 같은 현재 상태를 감안할 때 의식의 회복가능성은 5% 미만이라고 보고 있고, 원고 1에 대한 진료기록을 감정한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소외 3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원고 1의 신체를 감정한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소외 4 역시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고, 원고 1의 신체를 감정한 서울아산병원 의사 소외 2 또한 원고 1은 이미 대뇌 피질이 파괴되어 있으므로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고 자발호흡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없으며, 최선의 회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의식 및 자발적인 움직임의 회복은 불가능하며 호흡을 하고 눈을 깜박이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식물상태로의 회복만을 상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 통상적인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의 경우 기대생존기간은 2년 내지 5년이나, 원고 1은 자발호흡이 불가능하고 뇌손상의 범위가 커 통상적 식물상태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므로 기대생존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으며, 의사 소외 2는 원고 1의 기대생존기간을 식물상태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 현재로부터 3 내지 4개월 이내로 보고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1이 현재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항시적인 도움없이 생존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것이고, 현재 원고 1에 대하여 시행되고 있는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원고 1의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환자의 의사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치료 중단 의사는 원칙적으로 그 치료 중단 당시 질병과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음을 전제로 하여 명시적으로 표시되어야 유효하다고 할 것이나, 환자가 질병으로 의식불명의 상태에 처한 경우에까지 중단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의식불명의 환자가 현재 자신의 상태 및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면 표시하였을 진정한 의사를 추정하여 그 추정된 의사에 기한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의사의 추정에 관하여, 환자가 의사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서면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를 명확히 나타낸 바가 있다면 그 서면에 의한 의사는 현재 환자의 의사를 고도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나, 의사가 서면에 의하여 명확히 표시될 것을 요구하는 입법이 없는 이상, 그러한 서면이 없다고 하여 바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배척한다면 건강할 때 자신의 희망을 명확히 작성해 둔 자만이 원치않는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결과가 되므로 이와 같이 볼 것은 아니고, 환자가 사전에 가족, 친구 등에 대한 구두의 의사표현,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환자의 종교, 평소의 생활 태도와 환자의 현재 상태, 기대생존기간,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재 상황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의 의사가 추정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증인 소외 5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1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3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임종을 맞게 될 무렵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하고 그대로 임종을 맞게 하였던 사실, 당시 가족들에게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 환자가 병석에 누워 간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장면 등을 텔레비전을 통하여 볼 때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생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의하면 원고 1은 평소 생명연장치료를 받지 아니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알 수 있고, 또한 위 각 채용 증거에 의하면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상처가 남게 된 후부터 이를 타인에게 보이기 싫어하여 여름에도 긴 팔 옷과 치마를 입고 다녔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 1은 항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 1의 현재 상태 및 회복가능성에 관한 사정, 원고 1의 기대생존기간을 식물상태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 현재로부터 3 내지 4개월 이내로 보고 있는 점, 원고 1의 현재 나이가 76세인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 1은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이를 표시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 결

따라서 원고 1은 피고에 대하여 자신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피고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2, 3, 4, 5의 인공호흡기 제거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원고들은 원고 1에 대한 치료와 관련하여서는 가족들인 위 원고들의 권리 및 이해관계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인데, 인공호흡기를 계속하여 부착하는 것은 위 원고들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야기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양심의 자유권, 건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므로 위 원고들도 독자적으로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치료의 중단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환자의 가족들이 환자에 대한 생명연장치료로 인하여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입법이 없는 한 타인의 생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치료 중단을 청구할 독자적 권리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원고들 역시 독자적으로 원고 1에 대한 이 사건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청구할 권원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어서 위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다만, 가족들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가족 중 1인이 환자의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환자의 추정된 의사에 근거하여 치료의 중단을 소송상 청구함으로써 그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위 원고들은 원고 1에 대한 진료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그에 기하여 피고는 위 원고들에 대하여도 이 사건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료계약은 환자가 의사에게 질병의 치료 등 의료행위를 위탁하고 의사는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일종의 위임계약으로서 이는 보호자가 환자를 위해 진료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형태로 체결될 수도 있는바, 이러한 경우 환자인 제3자에 대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제3자의 동의 내지는 수익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제3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의학상·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진료에 대하여 제3자의 수익의 의사표시가 추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진료계약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또는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는 치료행위 및 그에 대한 신뢰에 기초하게 되는 계약의 성질에 비추어 보더라도 계약당사자가 이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제3자를 위한 진료계약에서 보호자 등 계약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여 바로 환자인 제3자에 대한 의사의 치료의무가 소멸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치료의 계속 및 중단은 여전히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야 할 것이며 이 경우 환자와의 새로운 진료계약이 성립될 수 있고 환자 본인의 의사가 불명한 경우 민법상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치료의 계속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먼저, 원고 3, 4, 5가 피고와 사이에 원고 1에 대한 진료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진료계약 해지에 기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 2의 진료계약 해지에 기한 청구에 관하여 보면, 갑 제4호증의 5의 기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1의 딸 원고 2는 원고 1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2008. 2. 18. 피고와 사이에 원고 1을 중환자실에 입실시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동맥혈관 내 도관 삽입, 중심정맥혈관 내 도관 삽입, 기관 내 삽관 및 인공환기기, 기관절개술, 혈액투석 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함에 동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진료계약(이하 ‘이 사건 진료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 2가 2008. 3월경부터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진료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온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 2는 원고 1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당시 수익자인 원고 1을 위하여 이 사건 진료계약을 체결하였고 당시 원고 1의 수익의 의사는 의학상·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므로 추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그 후 원고 2의 의사표시로 이 사건 진료계약은 해지되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진료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여 피고의 원고 1에 대한 치료의무가 바로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특히 원고 1은 이 사건 인공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는 여전히 원고 1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치료를 계속할 의무가 있으며, 다만 앞서 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원고 1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근거한 청구에 의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 있을 뿐이므로, 피고는 원고 2에 대하여 진료계약의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 2의 위 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 1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며, 가집행의 선고는 청구의 성질상 붙이지 아니함이 상당하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천수(재판장) 홍예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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