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요약본2017.09.0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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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보요약본2017.09.01.(521호)

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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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4.자 2016마230 결정 〔주식매매가액결정〕1701

자회사의 소수주주가 상법 제360조의25 제1항에 따라 모회사에 주식매수청구를 한 경우, 모회사가 지배주주에 해당하는지는 자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발행주식총수 및 모회사의 보유주식에 각각 합산하여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자회사의 소수주주가 상법 제360조의25 제1항에 따라 모회사에게 주식매수청구를 한 경우에 모회사가 지배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법 제360조의24 제1항은 회사의 발행주식총수를 기준으로 보유주식의 수의 비율을 산정하도록 규정할 뿐 발행주식총수의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자회사의 자기주식은 발행주식총수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상법 제360조의24 제2항은 보유주식의 수를 산정할 때에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합산하도록 규정할 뿐 자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은 모회사의 보유주식에 합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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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5다206973 판결 〔손해배상(기)〕1703

[1]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이 채무자를 위하여 채권의 일부를 대위변제한 경우, 채권자가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가지고 있다면 대위변제자에게 일부 대위변제에 따른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를 할 의무를 지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채권자와 일부 대위변제자 사이의 변제 순위 / 일부 대위변제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채권에 대하여 보증한 사람이 보증채무 변제로 일부 대위변제자를 다시 대위하는 경우, 채권자와 일부 대위변제자 사이의 ‘우선회수특약’에 따른 권리까지 당연히 대위하거나 이전받는지 여부(소극) / 이 경우 일부 대위변제자는 보증채무 변제자가 채권자 등을 상대로 ‘우선회수특약’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권리의 승계 등에 관한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를 위반하여 보증채무 변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부동문자로 인쇄된 일반거래약관의 형태를 취한 경우,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피담보채무 범위에 관한 의사표시의 해석 방법

[1]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이 채무자를 위하여 채권의 일부를 대위변제할 경우에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종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므로, 채권자가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대위변제자에게 일부 대위변제에 따른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를 할 의무를 진다.

한편 이 경우에도 채권자는 일부 대위변제자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가진다 할 것이고, 다만 일부 대위변제자와 채권자 사이에 변제의 순위에 관하여 따로 약정(이하 ‘우선회수특약’이라 한다)을 하였다면 우선회수특약에 따라 변제의 순위가 정해진다.

그런데 변제로 채권자를 대위하는 경우에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가 변제자에게 이전될 뿐 계약당사자의 지위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변제로 채권자를 대위하는 사람이 구상권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에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 특약에 기하여 채권자가 가지는 권리도 포함되나, 채권자와 일부 대위변제자 사이의 약정에 지나지 아니하는 ‘우선회수특약’이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일부 대위변제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채권에 대하여 보증한 사람이 자신의 보증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일부 대위변제자를 다시 대위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채권자와 일부 대위변제자 사이의 약정에 해당하는 ‘우선회수특약’에 따른 권리까지 당연히 대위하거나 이전받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선회수특약’은 일부 대위변제 후의 잔존 채권 변제 및 그 담보권 행사의 순위를 정한 약정으로서 일부 대위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약정이고, 일부 대위변제자는 자신을 다시 대위하는 보증채무 변제자를 위하여 민법 제484조 및 제485조에 따라 채권 및 그 담보권 행사에 협조하고 이에 관한 권리를 보존할 의무를 진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일부 대위변제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채무 변제자가 대위로 이전받은 담보에 관한 권리 행사 등과 관련하여 채권자 등을 상대로 ‘우선회수특약’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권리의 승계 등에 관한 절차를 해 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이를 위반함으로 인해 보증채무 변제자가 채권자 등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근저당권은 담보할 채권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유보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을 말한다.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부동문자로 인쇄된 일반거래약관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처분문서이므로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피담보채무액, 근저당권설정자와 채무자 및 채권자와의 상호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는 달리 일정한 범위 내의 채무만을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담보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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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다35789 판결 〔약정금〕1709

소송목적인 권리를 양도한 원고가 민사소송법 제82조 제3항, 제80조에 따라 소송에서 탈퇴한 후 인수참가인에 대한 청구기각 또는 소각하 판결이 확정된 경우, 원고가 제기한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및 인수참가인의 소송목적 양수 효력이 부정되어 인수참가인에 대한 청구기각 또는 소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탈퇴한 원고가 다시 탈퇴 전과 같은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경우, 탈퇴 전에 원고가 제기한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적극)

소송목적인 권리를 양도한 원고는 법원이 소송인수 결정을 한 후 피고의 승낙을 받아 소송에서 탈퇴할 수 있는데(민사소송법 제82조 제3항, 제80조), 그 후 법원이 인수참가인의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인수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하거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원고가 제기한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멸한다. 다만 소송탈퇴는 소취하와는 성질이 다르며, 탈퇴 후 잔존하는 소송에서 내린 판결은 탈퇴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민사소송법 제82조 제3항, 제80조 단서). 이에 비추어 보면 인수참가인의 소송목적 양수 효력이 부정되어 인수참가인에 대한 청구기각 또는 소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탈퇴한 원고가 다시 탈퇴 전과 같은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에는, 탈퇴 전에 원고가 제기한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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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다216953 판결 〔손해배상(자)〕1711

[1] 자기신체사고 자동차보험의 법적 성질(=인보험) 및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피보험자의 고의’는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의 규정 취지 및 같은 조 제2호에서 규정한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가 승객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기하여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에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1] 자기신체사고 자동차보험(자손사고보험)은 피보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관하여 보험사고가 생길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으로서 그 성질은 인보험의 일종이다. 보험계약 약관에서 자기신체사고에 관하여 ‘피보험자의 고의’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자를 면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에서 피보험자의 고의는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2]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고 한다)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승객이 고의나 자살행위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를 승객이 아닌 자와 구별하여 더욱 보호하고 있다. 이는, 승객은 자동차에 동승함으로써 자동차의 위험과 일체화되어 승객 아닌 자에 비하여 그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사망한 경우 운행자는 승객의 사망이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한 운전상의 과실 유무를 가릴 것 없이 승객의 사망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이다.

자동차손배법의 목적이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자동차 운송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함에 있음(제1조)에 비추어 보면,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는 승객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기하여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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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다254740 판결 〔지분환급〕1714

[1] 영업권을 갖는 사업체를 동업으로 경영하다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한 조합원의 사업체에 대한 지분을 평가할 때 영업권을 평가에 포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조합원들이 약정으로 지분의 평가방법을 정하면서 영업권을 평가에 포함하지 않기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증명책임의 소재(=약정을 주장하는 사람)

[2] 탈퇴한 조합원의 지분 계산에 관한 약정을 서면으로 작성하였으나 당사자 사이에 약정의 내용과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약정의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

[3] 甲이 여성병원과 산후조리원을 乙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다가 개원 후 약 3년 만에 동업관계에서 탈퇴한 다음 동업계약에 따른 지분의 환급을 청구하였는데, 동업계약서에서 개원 후 5년 이내에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때에는 ‘지분에 해당되는 만큼만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단, 권리금을 포기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영업권을 제외하고 甲의 지분을 평가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영업권은 사업체가 동종 기업의 정상 이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력을 가지는 경우 그 초과수익력을 평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영업권을 갖는 사업체가 거래의 객체가 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영업권을 갖는 사업체를 동업으로 경영하다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한 조합원의 사업체에 대한 지분은 당연히 영업권을 포함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조합원들이 약정으로 지분의 평가방법을 정하면서 영업권을 평가에 포함하지 않기로 정할 수 있지만,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2] 탈퇴한 조합원의 지분 계산에 관한 약정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그 서면은 일반적으로 처분문서에 해당한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의 내용과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약정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특히 한쪽 당사자가 주장하는 약정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약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3] 甲이 여성병원과 산후조리원을 乙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다가 개원 후 약 3년 만에 동업관계에서 탈퇴한 다음 동업계약에 따른 지분의 환급을 청구하였는데, 동업계약서에서 개원 후 5년 이내에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때에는 ‘지분에 해당되는 만큼만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단, 권리금을 포기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처럼 영업권을 갖는 사업체가 거래의 객체가 되는 경우에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므로 지분의 시세나 시가에는 영업권의 평가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인 점 등에 비추어 동업계약서에서 조합원들이 영업권을 ‘권리금’의 산정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지분’의 평가에서 제외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위 ‘지분’에 영업권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영업권을 제외하고 甲의 지분을 평가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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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7다206922 판결 〔분양대금〕1719

[1] 금전채무에 관하여 이행지체에 대비한 지연손해금 비율을 따로 약정한 경우, 민법 제398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감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 정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및 위 규정의 적용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와 이에 대한 적절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시기(=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2]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부탁을 받아 보증인이 된 경우, 양자의 관계(=위임관계) 및 이러한 보증 위임의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묵시적으로 보증을 위임받은 수탁보증인인지 판단하는 방법

[3]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그 타당한 범위’의 의미 / 채무자가 당해 사건의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의 최대 범위(=사실심판결 선고 시까지) 및 그 선고 시 이후에 대하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때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지는 청구마다 따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1] 금전채무에 관하여 이행지체에 대비한 지연손해금 비율을 따로 약정한 경우에 이는 일종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한 감액의 대상이 된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 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위 규정의 적용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및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민법은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 즉 수탁보증인과 부탁 없이 보증인이 된 자의 구상권의 범위에 관하여 달리 정하고 있다(제441조 제2항, 제425조 제2항, 제444조 제1항). 그런데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부탁을 받아 보증인이 된 경우 양자는 위임관계에 있고, 이러한 보증의 위임에는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지 아니하므로 그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묵시적으로 보증을 위임받은 수탁보증인인지는 주채무의 발생원인과 내용, 보증인의 보증계약 체결의 동기 내지 경위, 보증계약의 내용, 주채무자의 보증인이나 보증계약의 존재에 대한 인식 여부, 그 밖의 거래관행 등 주채무의 발생 및 보증계약 체결 당시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에게 그 이행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한 범위에서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이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고, 그 후단의 ‘그 타당한 범위’는 ‘채무자가 항쟁함에 타당한 기간의 범위’라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가 당해 사건의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은 당해 사건의 사실심판결 선고 시까지로 보아야 하고 그 선고 시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위 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지는 각 청구마다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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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7다207499 판결 〔주주권확인〕1725

질권설정계약에 포함된 유질약정이 상법 제59조에 따라 유효하려면 질권설정자가 상인이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일방적 상행위로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질권에 대하여 상법 제59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질권설정계약에 포함된 유질약정이 상법 제59조에 따라 유효하기 위해서는 질권설정계약의 피담보채권이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이면 충분하고, 질권설정자가 상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법 제3조는 “당사자 중 그 1인의 행위가 상행위인 때에는 전원에 대하여 본법을 적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일방적 상행위로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질권에 대해서도 유질약정을 허용한 상법 제59조가 적용된다.

일반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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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4두9820 판결 〔포상금지급거부처분취소〕1729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받기 위한 신고․제보의 내용 / 신고 또는 제보 후 해당 기관의 통상적인 조사나 위반자의 자진신고 등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사실이 확인된 경우, 그 신고 또는 제보가 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4. 5. 법률 제11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신고하거나 제보하는 내용이 구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비교적 용이하게 발견하고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신고⋅제보 내용이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요건에 맞게 완결성 또는 자족성을 갖출 필요는 없고 특정인의 불공정거래행위 등과 관련이 있고 조사의 단서가 되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신고⋅제보 내용이 단서가 되어 조사가 진행되고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적발 또는 그에 따른 조치에 도움이 된 경우 포상금 지급요건을 충족한다. 신고자가 혐의자를 잘못 기재하거나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경우라도 신고 내용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자를 적발한 경우에는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고, 신고⋅제보 내용이나 제시한 증거를 조사한 결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은 구체적인 기여도에 관한 사유로서 포상금을 산정할 때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어떠한 신고 또는 제보 후에 해당 기관의 통상적인 조사나 위반자의 자진신고 등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그러한 신고 또는 제보는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발견하는 데 직접 관련되거나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신고나 제보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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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두49938 판결 〔군계획시설사업분할실시계획인가처분 취소〕1733

[1]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때에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된 경우,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선행처분인 도시․군계획시설결정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가 후행처분인 실시계획인가에 승계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1] 2개 이상의 행정처분이 연속적 또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합하여 1개의 법률효과를 완성하는 때에는 선행처분에 하자가 있으면 그 하자는 후행처분에 승계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되더라도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되면 선행처분의 하자가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2]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43조 제1항에 따르면, 일정한 기반시설에 관해서는 그 종류⋅명칭⋅위치⋅규모 등을 미리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토계획법 제2조 제7호, 제10호는 이와 같이 도시⋅군관리계획결정으로 결정된 기반시설을 ‘도시⋅군계획시설’로, 도시⋅군계획시설을 설치⋅정비 또는 개량하는 사업을 ‘도시⋅군계획시설사업’으로 지칭하고 있다.

도시⋅군계획시설은 도시⋅군관리계획결정에 따라 설치되는데,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은 국토계획법령에 따라 도시⋅군관리계획결정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기초조사,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 청취, 관계 행정기관장과의 협의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이 이루어지면 도시⋅군계획시설의 종류에 따른 사업대상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고, 그 사업대상지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시⋅군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 등의 허가가 금지된다(제64조).

반면 실시계획인가는 도시⋅군계획시설결정에 따른 특정 사업을 구체화하여 이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시⋅도지사는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가 작성한 실시계획이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의 기준 등에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인가하여야 한다(제88조 제3항, 제43조 제2항). 이러한 실시계획인가를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과 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결국 도시⋅군계획시설결정과 실시계획인가는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단계적 행정절차에서 별도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독립적인 행정처분이다. 그러므로 선행처분인 도시⋅군계획시설결정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당연무효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후행처분인 실시계획인가에 승계되지 않는다.

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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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4두7565 판결 〔상속세부과처분취소〕1736

[1]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 제3항이 납세의무자의 헌법상 재산권 및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 등에서 정한 ‘시가’의 의미 및 거래 실례가 있으나 그 거래가액을 상속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정상적인 거래로 형성된 가격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3항 등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1]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제60조 제1항은 시가에 의하여 상속재산의 가액을 평가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증세법 제60조 제3항에 따라 법 제61조부터 제65조까지에 규정된 방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이 적용되는 것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법문상 그 요건과 순서가 명시되어 있어, 자의적이거나 임의적인 해석 및 적용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및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제60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1호가 말하는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 즉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격을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거래 실례가 있다고 하여도 그 거래가액을 상속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정상적인 거래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구 상증세법 제60조 제3항 등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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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5두50290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1739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의 과세요건을 충족하여 명의신탁자의 증여세 연대납세의무가 성립한 경우, 과세처분으로 납세의무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명의수탁자에 관한 사항이 명의신탁자의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명의수탁자가 사망하여 그 상속인이 명의수탁자의 증여세 납세의무를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승계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5항, 제45조의2 제1항, 구 국세기본법(2007. 12. 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5조의2, 민법 제423조 등의 내용과 체계, 구 상증세법 제4조의 개정 연혁과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의 과세요건을 충족하여 명의신탁자의 증여세 연대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비록 과세처분으로 그러한 납세의무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민법 제416조, 제419조, 제421조에 해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명의수탁자에 관한 사항이 명의신탁자의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명의수탁자가 사망하여 그 상속인이 명의수탁자의 증여세 납세의무를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승계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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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두41781 판결 〔종합부동산세등부과처분취소〕1742

[1] 회생회사가 주된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해당 법인의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경우,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주된 납세의무 성립 당시의 과점주주로서의 지위가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설회사에 승계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회생계획에 따른 회사분할에서 어떠한 권리와 의무가 신설회사에 승계되는지를 해석하는 방법

[1] 구 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소유주식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는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요건인 해당 법인의 과점주주 여부는 해당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편 구 상법(2015. 12. 1. 법률 제135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0조의10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또는 존속하는 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272조 제1항은 회생계획에 의하여 주식회사인 채무자가 분할되거나 주식회사인 채무자 또는 그 일부가 다른 회사 또는 다른 회사의 일부와 분할합병할 것을 정한 때에는 회생계획에 의하여 분할 또는 분할합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4항은 그 경우에 구 상법 제530조의10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 않으므로, 회생회사의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신설회사는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회생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이와 같이 회생계획에 의하여 설립되는 신설회사가 승계하는 회생회사의 권리와 의무에는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 관계와 공법상 관계 모두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채무자회생법 제280조는 ‘회생계획에서 신설회사가 회생회사의 조세채무를 승계할 것을 정한 때에는 신설회사는 그 조세를 납부할 책임을 지며, 회생회사의 조세채무는 소멸한다’고 규정하여, 상법에 따른 회사분할과 달리 조세채무에 관하여 회생계획에서 그 승계 여부를 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회생회사의 조세채무가 아직 성립하지 않은 경우라도 과세요건사실의 일부가 발생하는 등 가까운 장래에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면 회생계획에서는 그 지위나 법률효과에 관하여도 승계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회생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 따라서 회생회사가 주된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해당 법인의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경우,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주된 납세의무 성립 당시의 과점주주로서의 지위는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신설회사에 승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어떠한 권리와 의무가 신설회사에 승계되는지는 회생계획의 해석에 관한 문제로서, 회생계획의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지만, 회생계획의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여 그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회생계획에 나타난 의사가 무엇인지 문제되는 경우에는 회생계획에 기재된 분할의 원칙과 승계 대상 권리와 의무의 내용, 분할회사의 존속 여부, 회생계획안을 작성한 관리인 및 이를 가결한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합리적 의사, 분할의 경위 및 분할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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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4도8719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1747

수출입물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마약류가 감추어져 있다고 밝혀지거나 그러한 의심이 드는 경우,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검사의 요청으로 세관장이 행하는 조치에 영장주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 위 조항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특정한 수출입물품을 개봉하여 검사하고 그 내용물의 점유를 취득한 행위가 범죄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수색의 경우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은 법률에 따라 허용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관철되어야 한다. 세관공무원이 수출입물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마약류가 감추어져 있다고 밝혀지거나 그러한 의심이 드는 경우, 검사는 마약류의 분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충분한 감시체제를 확보하고 있어 수사를 위하여 이를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대한민국으로 반입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을 세관장에게 할 수 있고, 세관장은 그 요청에 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영장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물론 수출입물품 통관검사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물품의 개봉,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의 검사는 수출입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 등을 목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세관공무원은 압수⋅수색영장 없이 이러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를 위하여 직무상 소지하거나 보관하는 물품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는 비록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이 강제로 점유를 취득하지 않은 이상 해당 물품을 압수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특정한 수출입물품을 개봉하여 검사하고 그 내용물의 점유를 취득한 행위는 위에서 본 수출입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 등을 목적으로 조사를 하는 경우와는 달리, 범죄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여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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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5도12981, 2015전도218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 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부착명령〕1750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조서를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다’는 것의 의미

[2] 전문진술이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 /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서 말하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의 의미

[3]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참고인의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의 정도(=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 / 이러한 법리가 원진술자의 소재불명 등을 전제로 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에 대한 조서 작성 과정에서 지켜야 한다고 정한 여러 절차를 준수하고 조서의 작성 방식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전문진술이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전문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그리고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또는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서 말하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란 진술 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3] 형사소송법 제312조 또는 제313조는 참고인이 진술하거나 작성한 진술조서나 진술서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참고인 소재불명 등의 경우에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에 대하여 다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참고인의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원진술자의 소재불명 등을 전제로 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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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6도3185 판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1755

[1]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일정한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2항의 해석 방법 / 주요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회사가 사업의 일부를 사내하도급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맡겨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경우, 하수급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위 조항에서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주요방위산업체인 甲 주식회사의 특수선 사업부에 소속된 사내협력업체인 乙 주식회사에서 방산물자인 특수선의 도장업무에 종사한 근로자로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수회에 걸쳐 파업을 하였다고 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주요방위산업체인 甲 회사의 하수급업체 근로자인 피고인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4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의 근로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권리로 명시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근로3권에 관하여 기본권 최대보장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주요방위산업체 근로자의 단체행동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법률로써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유보해 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41조 제2항은 “방위사업법에 의하여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으며,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은 헌법이 정한 범위에서 주요방위사업체에 종사하는 일정한 근로자에 대하여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권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되,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나아가 노동조합법 제88조는 이를 위반한 쟁의행위를 노동조합법의 벌칙규정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법정형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요방위산업체의 원활한 가동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법률로써 주요방위산업체 종사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입법에 관한 최소침해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법 제41조 제2항에 의하여 쟁의행위가 금지됨으로써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되는 근로자의 범위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방위사업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산업자원부장관이 주요방위산업체를 개별적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노동조합법 제41조 제2항은 주요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에서도 전력, 용수 및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위에서 본 법해석 원칙에 기초하여 위 법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목적을 종합해 보면, 주요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회사가 사업의 일부를 사내하도급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맡겨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경우에 하수급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는 노동조합법 제41조 제2항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주요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하도급업체의 사업장과 동일한 장소에 근무하면서 주요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노무를 제공한다는 사정만으로 주요방위산업체로 지정되지 않은 독립된 사업자인 하수급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하도급업체인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규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2] 피고인이 주요방위산업체인 甲 주식회사의 특수선 사업부에 소속된 사내협력업체인 乙 주식회사에서 방산물자인 특수선의 도장업무에 종사한 근로자로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총 32회에 걸쳐 파업을 하였다고 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주요방위산업체인 甲 회사의 하수급업체 근로자인 피고인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4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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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18. 선고 2017도5759 판결 〔상습절도⋅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 에관한법률위반⋅강제집행면탈〕1758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를 상습으로 범한 형법 제332조의 상습절도죄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별표]에서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상 ‘범죄수익’이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위 법 제2조 제2호 (가)목]’ 등을 말하고, ‘중대범죄’란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별표]에 규정된 죄(위 법 제2조 제1호)’를 말하며, [별표]에는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가 중대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332조는 절도의 습벽이 있는 자가 상습으로 형법 제329조 내지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때에 가중처벌한다는 규정에 불과하고, 상습성이 없는 단순 절도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적용됨에도 절도의 습벽이 있는 자가 상습으로 범한 절도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한 점에 비추어 보면, 설령 위 [별표]에 형법 제332조가 중대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를 상습으로 범한 형법 제332조의 상습절도죄는 [별표]에서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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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 한법률위반(배임)〕1760

[1] 배임죄의 성립요건 및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乙 주식회사의 丙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丙 은행에 甲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줌으로써 丙 은행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甲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2] [다수의견] (가) 배임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실무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심리⋅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원칙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 (가)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 즉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형법은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배임죄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를 가할 것을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더라도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지 않으면 배임죄의 기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로 이해된다. 따라서 재산상 손해가 구성요건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기죄나 횡령죄 등 다른 재산범죄의 재산상 이익이나 손해에 관한 해석론을 같이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배임죄의 경우에는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의무부담행위에 따라 채무가 발생하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손해 발생의 위험일 뿐 현실적인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배임죄는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므로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는 한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있는 때에 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그런데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채무가 발생하여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아니라 재산권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어떠한 채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채무가 언제나 이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즉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채무의 기한이나 조건, 채무자의 자력과 변제 의사, 채권자의 청구와 수령, 소멸시효 등 여러 사정에 따라 그 채무는 실제로 이행될 수도 있고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무가 발생하여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익 침해의 위험에 불과한 것을 현실적인 법익의 침해로 사실상 의제하는 것이어서 보호법익의 보호 정도에 따라 침해범과 위험범을 구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유효하면 그에 따른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무효인 경우에도 그로 인해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그 자체로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므로,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 따라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도 그 발행행위의 법률상 효력 유무나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 또는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계없이 회사가 그 어음채무나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배임죄는 기수가 성립한다.

[3]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乙 주식회사의 丙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丙 은행에 甲 회사 명의로 액면금 29억 9,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줌으로써 丙 은행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甲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고 당시 상대방인 丙 은행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발행행위가 甲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면,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였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거나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甲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에 대한 심리 없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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