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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7. 7. 13. 선고 2006나16757 판결 [손해배상(지)] 확정〈“바람의 나라” 및 “태왕사신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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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7. 7. 13. 선고 2006나16757 판결

[손해배상(지)] 확정〈“바람의 나라” 및 “태왕사신기” 사건〉[각공2007.9.10.(49),1925]

【판시사항】

[1]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주관적 요건으로서 의거관계가 추인되는 경우

[2] 저작권의 보호대상 및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유무의 판단 기준

[3]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4] 드라마 “태왕사신기” 시놉시스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완성된 저작물로 존재한다고 보고, 그것이 시나리오, 드라마의 형태로 다음 단계의 저작물들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판단 기준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본 사례

[5] 아이디어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및 표현방법의 한계로 인한 아이디어의 제한된 표현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6]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사상이나 주제의 유사성만으로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7] 소설 등 문학작품에 있어서 등장인물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하는 경우

[8] 만화 “바람의 나라”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받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아니하므로, 위 시놉시스에 의해 위 만화 저작자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저작물을 제작하였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이때의 의거관계는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에 의하여 인정될 수도 있고, 직접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라도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 기회, 즉 이를 보거나 접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음이 인정되면 추인될 수 있다.

[2]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3]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고 다른 하나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인바, 전자는 저작물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된 경우를 말함에 비해, 후자는 저작물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두 저작물 사이에 비록 문장 대 문장으로 대응되는 유사성은 없어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바, 위 두 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4] 드라마 “태왕사신기” 시놉시스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상호간의 상관관계, 대략적인 줄거리, 에피소드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 자체로 독자적인 완성된 저작물로 존재한다고 보고, 위 시놉시스가 만화 “바람의 나라”와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면 바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것으로서, 그것이 시나리오, 드라마의 형태로 다음 단계의 저작물들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판단 기준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본 사례.

[5]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

[6]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사상이나 주제는 일반적으로 구체성이 없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려면, 그 사상이나 주제의 유사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그 사상이나 주제가 구체화되는 사건의 구성 및 전개과정과 등장인물의 교차 등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7] 소설 등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등장인물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나, 구체성, 독창성, 복잡성을 가진 등장인물이거나, 다른 등장인물과의 상호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할 수 있고, 그 등장인물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이를 차용하는 경우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8] 만화 “바람의 나라”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는 고구려라는 역사적 배경, 사신, 부도, 신시라는 신화적 소재, 영토 확장이나 국가적 이상의 추구라는 주제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를 공통으로 할 뿐, 그 등장인물이나 주변인물과의 관계 설정, 사건 전개 등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받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는 만화와 드라마 시놉시스 사이에 내재하는 예술의 존재양식 및 표현기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아니하므로, 위 시놉시스에 의해 위 만화 저작자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저작권법 제10조 [2]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0조 [3]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제10조 [4]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제10조 [5]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0조 [6]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10조 [7]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10조 [8]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10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7. 9. 29.자 97마330 결정(공1997하, 3374)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공2000상, 28)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공2000하, 2381)

【전 문】

【원고, 항소인】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오승종)

【피고, 피항소인】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남형두외 1인)

【제1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06. 6. 30. 선고 2005가단197078 판결

【변론종결】2007. 3. 16.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원고의 만화 ‘바람의 나라’ 집필과 피고의 시놉시스 ‘태왕사신기’의 발표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6,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김진’이라는 필명의 만화작가로서, 1992년경부터 ‘바람의 나라’라는 제호의 만화를 저작하여 출판하였고, 피고는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을 쓴 드라마 작가로서, ‘태왕사신기’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놉시스(synopsis)를 집필하여 2004. 9. 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하였다.

나. 원고의 만화 ‘바람의 나라’(이하 ‘바람의 나라’라고만 한다)는 고구려 시대, 그 중에서 특히 제3대 대무신왕{재위 18-44, 휘(휘) 무휼(무휼), 이하 ‘무휼’이라고만 한다}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의인화된 사신수 주1) (사신수)가 자신이 선택한 왕을 중심으로 부도 주2) (부도)를 지향한다는 내용으로 그 줄거리는 별지 제1목록 기재와 같다.

라. 한편, 피고의 드라마 시놉시스 ‘태왕사신기’(이하 ‘태왕사신기’라고만 한다)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재위 391-413, 이름은 담덕(담덕), 생존시의 칭호는 영락대왕(영락대왕), 이하 ‘담덕’이라고만 한다}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담덕이, 진정한 주군을 찾아 그 주군과 함께 오래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 주3) (신시)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신 주4) (사신)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군의 나무를 찾아 그 땅에 도읍을 정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그 줄거리는 별지 제2목록 기재와 같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승낙 없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여 태왕사신기를 작성하였고, 양 작품 사이에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바람의 나라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인,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사신 캐릭터들에 대하여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개발된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부도 또는 신시를 지향한다는 이야기 패턴(전개방식) 및 기타 에피소드’ 등을 차용하여, 원고의 바람의 나라와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는 태왕사신기를 발표함으로써 원고가 바람의 나라에 대하여 가지는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만화의 저작권자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바람의 나라를 창작하였고, 이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창작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바람의 나라의 저작권자로서 저작인격권 및 저작재산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나. 의거관계 인정 여부

피고가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우선 주관적 요건으로서 피고가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여 태왕사신기를 제작하였어야 한다. 이러한 의거관계는 ①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에 의하여 인정될 수도 있고, 직접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라도 ② 피고가 원고의 만화에 대한 접근 기회, 즉 원고의 만화를 볼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음이 인정되면 추인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위 ①과 같이 의거관계를 인정할 직접증거는 없으나, 갑 제4호증, 갑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는 1992년부터 ‘댕기’라는 잡지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98년부터 2004년경까지 22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되었고, 2001년에는 서울예술단에서 뮤지컬로 공연되었으며, 2004. 3.경에는 소설로 발간되는 등 만화 및 소설의 영역에 있어서 저명성과 광범위한 배포성을 가지고 있어 피고로서도 이를 보거나 접할 구체적인 접근 기회를 가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써 의거관계가 추인된다고 할 것이다.

다.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1)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 범위

다음으로, 피고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요건으로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2) 부분적·문언적 유사성과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

원고는 피고가 바람의 나라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하였으므로 양 저작물에 포괄적·비문언적으로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양 저작물은 모두 고구려 시대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 삼국사기, 단군신화 등의 신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창작된 역사저작물로 일정한 소재나 주제 또는 추상적 줄거리에 있어서 표현방법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만일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저작권 침해가 된다면, 공유에 속하는 역사적, 신화적 소재를 원고의 전유에 남겨두게 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고 다른 하나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인바, 전자는 원고의 저작물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피고의 저작물에 복제된 경우를 말함에 비해, 후자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원·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비록 문장 대 문장으로 대응되는 유사성은 없어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바, 위 두 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피고의 저작물에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 저작물이 그 분량이나, 종류, 형태가 상이함에 비추어 부분적·문언적 유사성보다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하고,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을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역사나 신화 등 이른바 ‘공중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판단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역사적, 신화적 소재를 원고의 전유에 남겨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3) 만화와 시놉시스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비교의 가부

피고는, 원고의 바람의 나라는 이미 22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만화저작물임에 비해, 피고의 태왕사신기는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제작 발표회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앞으로 피고가 저술할 드라마 시나리오의 대략적인 개요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시놉시스로서, 그 자체가 최종적이고 만족적인 어문저작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유사성 판단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태왕사신기는 A4 용지 35매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상호간의 상관관계, 대략적인 줄거리, 에피소드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 자체로 독자적인 완성된 저작물로 존재한다고 판단되고, 피고의 시놉시스가 바람의 나라와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면, 바로 원고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것이고, 그것이 시나리오, 드라마의 형태로 다음 단계의 저작물들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판단 기준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4) 소재, 주제 등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가) 원고는 원·피고의 저작물이 바람의 나라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인,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사신 캐릭터들에 대하여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개발된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부도 또는 신시를 지향한다는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는바, 별지 목록 기재 각 줄거리에 의하면 원·피고의 저작물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여 고구려의 고분벽화인 사신도에서 발견되는 사신 또는 사수를 의인화하여 주인공 등의 수호신으로 설정하고, 주인공이 사신의 도움을 받아 부도 또는 신시라는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배경, 소재 및 주제, 표현기법 등을 공통으로 한 결과 전체적인 관념이나 느낌에 있어서 유사성이 감지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유사성이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를 공통으로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양 저작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바, 이하에서는 위 공통된 요소들이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구체적인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아래에서 보게 될 각 사실은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6호증, 갑 제18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 을 제14,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다.

(나) 사신개념의 사용

원·피고의 저작물은 고구려 고분벽화인 사신도(사신도) 또는 사수도 주5) (사수도)의 현무, 주작, 청룡, 백호를 소재로 삼아 주요한 등장인물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지적 자산이므로, 피고가 사신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 자체만으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사신의 의인화

원·피고의 저작물은 사신 또는 사신수가 의인화되어 있다는 점이 유사하나, 의인법이란 인간 이외의 사물이나 추상 개념에 인격적인 요소를 부여해서 표현하는 수사법으로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형식으로 공유되어야 할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원고의 작품 이외에도 사신을 의인화한 만화로 1992년부터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와타세 유유의 ‘환상게임’, 시노하라 치에의 ‘푸른 봉인’ 등이 있는 점에 비추면, 사신에 의인법을 적용한 것이 원고만의 독창적인 표현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의 나라에서는 사신수 중 현무와 청룡은 그들이 수호하는 주인과 이체(이체)로 존재하며 그를 위해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사신도의 현무, 청룡과 유사한 동물의 형상으로 변하여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평상시에는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고, 자의식을 갖고 단독으로 행동하거나 말하기도 하며, 사랑을 하기도 하는 등 의인화되어 있는데, 백호와 주작은 전투 장면에서만 호랑이, 새의 형상으로 화하여 수호수로서의 이미지를 드러낼 뿐 주인과 이체로서 등장하거나 의인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 태왕사신기에서 사신은 동물로서의 속성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고,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어 있으며, 그들이 원래 사신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여러 차례 인간으로 환생하며 이 땅에 살아오는데, 때가 되어 담덕을 주군으로 모시는 사신으로서의 자각이 이루어진 후에도 인간과 같이 말을 하고, 행동하며, 사랑을 하기도 하는 등 의인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인화의 방법이 확연히 구별된다.

(라) 사신의 수호신으로서의 설정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서 사신수 중 현무는 암현무 ‘무파’, 수현무 ‘사구’로서 부여의 대소왕을, 청룡 ‘하안사녀’는 주인공인 고구려의 무휼을, 백호는 고구려 상장군인 괴유를, 주작은 무휼의 누이인 세류를, 또 다른 주작은 부여의 왕자 용을 각 수호하는 수호수로, 이외에 봉황, 난새 등이 다른 등장인물들의 수호수로 등장하는데, 주인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전투를 할 때 나타나서 함께 싸우면서 그 주인들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피고의 태왕사신기에서 사신은 고조선 시대에서부터 이 땅에 존재하였는데, 사신 모두가 처음에는 단군을, 다음 고구려 건국 때는 주몽을, 현생에서는 담덕을 주군으로 삼아 그를 수호하며 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하는바, 양 작품은 사신 또는 사신수가 누군가를 수호하는 수호신 또는 수호수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것인데, 사신이 본래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신의 개념 본질적 요소 때문에 사신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누군가를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설정한 표현은 제한된 표현방법 중 하나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바람의 나라에서 각 신수는 자신이 선택한 각 주인인 개인을 수호하고, 대립되는 주인의 신수들은 서로 싸우거나 죽이기도 하는 역할로, 태왕사신기에서 각 사신은 1명의 주군을 수호하는데, 단군, 주몽, 담덕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를 공동으로 수호하는 역할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피고가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마) 부도, 신시의 유사성

원고는, 원고가 대무신왕 당시 고구려 영토와 대무신왕이 영토 확장을 했던 경로 등 역사적 사실로부터 대무신왕이 옛 고조선 영토인 신시와 신시의 법을 회복한다는 주몽의 ‘다물(다물)’ 이념을 계승하여 신시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추론해 내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부도를 ‘신시’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는바, 피고는 광개토대왕 시대에는 이미 위 지역이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채, 만연히 담덕이 주몽의 다물이념을 계승하여 신시를 회복하고자 노력하였다고 단정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신시’를 작품에 차용하였는바, 이는 피고가 바람의 나라에서 원고가 쓴 ‘부도’의 위와 같은 표현적 의미를 베껴 ‘신시’로 대체하면서 시대적 배경만 광개토대왕 시대로 옮긴 결과라고 주장한다.

우선, ‘부도’는 신라 박제상의 ‘부도지’에 의하면 파미르 고원 너머에 위치한 마고성으로 단군(임검씨)이 잃어버린 마고성의 현실 재현을 위하여 건설한 신시를 의미하는 것이고, ‘신시’는 일반적으로 신단수 아래 환웅이 열었다는 신시로 정의되거나, 주6) ‘환단고기’에 의하면 단군조선 이전에 존재하던 배달국의 문명도시인 ‘신시’ 등을 의미하는바, 둘 다 인류 문화의 공통유산인 고대문헌이나 신화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공유의 영역에 속하므로 이와 같은 소재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속한다.

나아가 피고가 신시를 작품에 도입함에 있어 바람의 나라에서 원고가 부도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던 의미를 모방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신시의 유래에 비추어 신시는 반드시 특정한 지역이라기보다는 고토회복의 목표나 파라다이스 등 상징적 의미로 사용될 수 있고, 주몽의 다물이념 또한 구체적 지역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잃어버린 옛 땅의 회복이라는 의미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신시는 일반적으로 삼국유사(삼국유사)에 나오는 환웅천왕이 태백산 신단수(신단수) 아래 인간 3,000명을 거느리고 세운 도시이며 고조선의 건국지라고 정의되나, 그 구체적인 지역에 관하여 역사학자들 사이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 어느 곳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태왕사신기에서 신시는 ‘대륙의 중앙, 고향땅 신시, 단군의 나무가 있는 곳’ 등으로 추상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인지는 나타나 있지 않은 점,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영토가 상당히 축소되어 있던 무휼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광개토대왕 시대의 영토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피고가 신시의 회복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 명백한 오류에 해당하여 원고의 표현을 모방한 것이라고 추인하기도 어려워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바) 주인공이 사신의 도움을 받아 부도, 신시를 지향하는 줄거리의 유사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원·피고의 저작물은 주인공이 사신의 도움을 받아 신시 또는 부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양 작품의 주제 또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유사하다.

그러나 어문저작물에 있어서 사상이나 주제는 일반적으로 구체성이 없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려면, 그 사상이나 주제의 유사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그 사상이나 주제가 구체화되는 사건의 구성 및 전개과정과 등장인물의 교차 등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주인공이 사신의 도움을 받아 부도나 신시를 지향하는 줄거리는 양 작품에 관한 가장 일반·추상적인 골격 내지 형태로서 양 작품의 주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그 요소가 되는 ‘사신’, ‘사신의 의인화나 수호신으로의 설정’, ‘부도’나 ‘신시’라는 소재나 표현기법이 공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공통된 요소는 ‘주인공 또는 훌륭한 지도자가 주위의 충성스러운 보필자,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그 이상을 추구한다’는 주제 또는 줄거리만이 남는바, 이는 수많은 영웅담에서 나오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주제 또는 줄거리로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만인이 공유하여야 할 것으로서, 이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의 영역 안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공통점만으로 양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5) 사신 캐릭터들 사이의 개별적인 유사성

(가) 원고의 주장 및 판단의 기초

원고는, 원고가 바람의 나라에서 의인화된 사신 등 여러 등장인물에 대하여 원고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체적이고 독특하게 개발된 등장인물과 피고 작품에서의 사신들의 개별적인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설 등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등장인물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나, 구체성, 독창성, 복잡성을 가진 등장인물이거나, 다른 등장인물과의 상호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할 수 있고, 그 등장인물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이를 차용하는 경우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등장인물 간의 유사성에 대하여 우선, 유사성이 인정되는지(이하 ‘1단계 유사성’이라고 한다), 다음, 그 등장인물의 특징이 구체성, 독창성, 복잡성이 인정되거나, 다른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표현으로 보호되는 것에 관한 유사성인지, 마지막으로 그 표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차례로 검토하여야 할 것인바, 아래에서 인정하는 각 사실은 갑 제1호증, 갑 제6, 18호증, 을 제7, 14, 23, 24,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다.

(나) 현무 캐릭터의 유사성 판단

원고는, 먼저 바람의 나라의 현무와 태왕사신기의 현무는 나이가 많다는 점, 나라를 넘어 이동하고 지혜가 뛰어나며 하늘에서 두 개의 별을 보고 예언이나 계시를 얻는다는 점 등에서 유사점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바람의 나라의 현무는 주인공 무휼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부여의 왕 대소의 수호수인 암현무 ‘무파’와 수현무 ‘사구’로서 수시로 고구려로 와서 무휼을 곤경에 빠지게 하거나, 끊임없이 싸우는 신수이고, 요괴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특히 사구는 ‘하늘이 허락한 천년을 곱으로 더 살며 이 땅의 살아 있는 신’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이며, 그 목표를 위해 대소가 자신의 대를 잇게 하려는 용을 없애려고 공격하기도 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반면, 태왕사신기의 현무 ‘주안’은 사신 중 가장 먼저 사신임을 자각하고, 주군을 찾아 남아 있는 사신들을 자각시키기 위해 떠돌아다니며, 담덕과 죽음의 길을 함께 하는 다른 사신들과 달리 사신 중 가장 끝까지 살아남아, 담덕의 사후 무덤에 사신의 영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고, 병법, 천문 등에 능한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바, 두 인물의 전체적인 캐릭터에 관하여 보통 관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1단계 유사성조차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두 개의 별을 보고 예언이나 계시를 얻는다는 유사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바람의 나라에서 현무 사구는 하늘의 별에 빗대어 부여의 운명에 대하여 예견하는바, ‘하늘의 큰 별이 지고, 숱한 희생의 잔별들이 지면 이윽고 규룡(규성 : 이십팔수의 열다섯번째 별자리로 부여의 형제들을 말한다.)이 반룡(반룡: 아직 승천하지 아니하고 땅에 서려있는 용, 실성이며 여기서는 부여의 왕자 용이다.)을 죽일 것이다.’라고 말한다는 점(바람의 나라 제22권)과 태왕사신기에서 현무 주안이 두 개의 별을 보고, 담덕과 수의 탄생을 예지한다는 점 사이에 일견 유사성이 인정되나, 천기를 읽는 인물은, 영웅담에서는 흔히 사건의 발생이나 결말 등에 관한 복선이 예지자의 예언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점, 두 작품이 점성술과 천문학이 발달된 고구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점에 비추어 구체성이 결여된 일반적인 등장인물로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피고가 그 구체적인 표현을 베끼지 않는 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는 바, 바람의 나라에서 현무 사구는 ‘부여의 대소왕이 죽으면, 그 형제들이 부여의 왕자 용을 죽일 것이다.’는 의미로, 태왕사신기에서는 현무 주안은 주군이 될 가능성이 있는 두 사람인 담덕과 백제의 아신왕 수(수)의 탄생을 예언하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표현형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다) 청룡 캐릭터의 혼성모방

원고는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는 먼 옛날 소서노를 남몰래 사랑했을지도 모를 인물로 깊은 산속에서 혼자 은거하고, 스스로 시력을 포기하고 잠을 자고, 자연과 말이 통한다는 점에서 바람의 나라에서 세류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망설이는 사랑을 하고, 오랜 잠을 자는 백호 ‘괴유’와, 주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눈이 멀기도 하는 청룡 ‘하안사녀’와, 산짐승, 나무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천녀 ‘가희’와 그 특징이 유사한바, 이는 피고가 원고의 위 캐릭터들을 혼성모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먼저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와 바람의 나라의 백호 괴유와의 유사성에 관하여 보건대,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가 소서노를 남몰래 사랑하는 점이 바람의 나라에서 백호 괴유가 세류에 대하여 망설이는 사랑을 한다는 점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망설이는 사랑을 하는 등장인물은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의인화된 사신 중의 한 명이 그런 사랑을 한다고 해서 원고만의 독창성 있는 표현으로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또한, 태왕사신기에서 청룡 처로가 오랜 잠에 빠지게 된다는 점은 청룡 처로의 특징으로 나타나 있지 않아(다만, ‘고조선을 세울 때 단군왕검과 함께 있던 세 수호신이 이후 오랫동안 이 땅에 머물며 마땅한 주군을 만나지 못하면 긴 잠을 자며 때를 기다리다가, 주몽을 만나 다시 자각을 하게 된 청룡, 백호, 현무의 현신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이는 청룡 처로만의 특징을 묘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바람의 나라의 백호 괴유가 오랜 잠에 빠진다는 특징과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음,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와 바람의 나라의 청룡 하안사녀와의 유사성에 관하여 보건대, 두 작품에서 청룡이라는 등장인물이 시력을 잃는다는 점이 유사하나,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서 청룡 하안사녀는 주인인 무휼이 부여의 현무와 싸우다가 눈을 다치자 청룡 하안사녀도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바람의 나라에서는 하안사녀가 시력을 상실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으나, 무녀인 해오녀가 “마마의 청룡은 눈 멀었어요.”라고 말하는 대사(제9권), 무휼의 “눈 먼 나의 용아”라는 독백(제21권) 등으로부터 위 사실이 추측된다.}, 태왕사신기에서의 청룡 처로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세상이 싫어서 스스로 시력을 닫고 지내는 것으로서 청룡의 눈이 멀게 된 원인이 다르고, 바람의 나라에서는 주인과 신수 사이의 심리적 동일성을 나타내기 위한, 태왕사신기에서는 세상과의 단절이나, 포기, 은둔 등을 표현하기 위한 상징적 도구로 위와 같은 특징이 쓰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도 달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와 바람의 나라의 천녀 가희와의 유사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양 작품에서 위 등장인물들이 동식물과 말이 통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우리나라 구전설화 중 ‘새소리를 알아듣는 남자’, ‘쥐소리를 알아듣는 며느리’, 존 로날드 로웰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의 엘프족과 같이 많은 이야기에서 동식물 등 자연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흔히 등장하는바, 이러한 전형적인 등장인물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에 불과하고 원고만의 독창적인 개성이 나타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아이디어의 유사성만으로 양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태왕사신기의 청룡 처로를 원고의 바람의 나라의 백호 괴유, 청룡 하안사녀, 천녀 가희의 캐릭터들을 혼성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청룡 처로와 원고의 위 세 등장인물의 어느 하나와의 전체적인 유사성이 감지되지 않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개별적인 특성 하나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위와 같이 그 1단계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1단계 유사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일반적이고, 단순하며, 전형적인 캐릭터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부분에 국한될 뿐, 나아가 표현에 있어서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백호 캐릭터의 유사성 판단

원고는 태왕사신기의 백호 모두루는 ① 몰락한 가문의 아들이고, ② 자신이 아끼던 서천왕의 둘째 아들 돌고가 그 형의 시기를 받아 역적으로 몰려 죽어버리자, ③ 인간에게 염증을 느끼고 깊은 잠에 들었다는 점, ④ 못생긴 과부지만 현명하고 용감한 여자와 결혼한다는 점에서 바람의 나라에서 부여에 의하여 멸문된 은씨 집안의 아들로서, 존경하던 해명태자가 아버지인 유리왕의 미움을 받아 유리왕의 명으로 자결하는 것을 보고, 깊은 잠에 빠지게 되며, 과부지만 용감하고 현명한 세류의 연인이 되는 백호 괴유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②의 점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몰락한 가문 출신의 인물이 섬기는 왕 또는 가장 친한 친구 등이 권력싸움 등으로 희생을 당하고, 그것이 그 인물의 행동에 대한 모티브가 되는 것은 무협지나, 의(의), 충(충)을 주제로 하는 많은 영웅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므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③ 사신 중 하나가 오랜 잠에 빠진다는 특징은, 동물의 겨울잠 등으로부터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고, 이미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버지니아울프의 소설 ‘올란도’ 등 많은 작품에서 망각, 죽음, 영원한 시간 등을 상징하는 소재로 쓰였으므로, 독창성, 구체성, 복잡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어 그 자체로는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바람의 나라의 백호 괴유는 해명태자로부터 숨을 멎는 법을 배웠는데, 은곡의 숲으로 세류를 찾으러 온 무휼을 구하기 위하여 요괴 자목과 싸우다 기를 빼앗겨 죽음의 상태로 들어가나 깊은 숲 속에서 잠을 자면서 숨을 멎는 법을 통하여 재생의 시간을 갖다가 자신의 목표인 부여왕 대소를 치게 되는 때에 생명을 얻어 일어나, 부여왕 대소를 죽이고, 부여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게 되는바, 백호 괴유의 잠은 위와 같이 재생의 시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생명의 연장이라는 복잡하고 구체적이며 독창적인 특징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러한 부분까지 차용하였다면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피고의 태왕사신기에서는 전생의 백호가 인간에게 염증을 느껴 오랜 잠에 빠진다는 것으로 바람의 나라에서 백호 괴유의 잠이라는 원고의 독창적인 표현을 모방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태왕사신기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는 것은 생리적, 물리적 의미의 잠에 빠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신으로서의 자각을 하지 아니한 채 여러 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④ 태왕사신기에서 현생의 백호 모두루는 ‘수많은 미녀들을 돌같이 보고, 못생긴 과부지만 용감하고 현명한 여자와 결혼하며, 평생 아내와 담덕과 군대를 똑같이 사랑했다고 자부한다.’고 묘사되는 반면, 바람의 나라에서 백호 괴유는 용감하고, 새를 부리는 신기가 있는 세류 공주에게 처음부터 마음이 끌리나, 자신은 하늘로부터 목숨을 빌어 사는 것이라서, 즉 대소왕을 죽이기 위한 목표를 위해 숨을 멎는 법을 통해 목숨을 연장할 뿐,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죽을 운명임을 알기에 이승에서의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 세류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 하다가, 자신을 위해서 주작을 희생시킨 세류에게 결국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대소왕을 죽이고 나서 자신도 곧 죽게 된다. 그렇다면 세류가 용감하고, 과부라는 점{세류는 어렸을 때 날개 달린 기산의 천인(천인)과 혼인하나, 그가 세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인간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여 너무 빨리 늙어버려 혼인한 지 한 달도 안되어 죽어버린다.}을 고려하더라도, 백호 괴유가 세류의 연인이 된다는 점에 있어서 위 모두루의 특징과 1단계 유사성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마) 주작 캐릭터의 혼성모방에 관한 판단

원고는 태왕사신기의 주작 수지니는 침몰당한 명문가 출신이라는 점, 어린시절을 궁에서 보내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점, 현무에게 죽임을 당할 뻔 한다는 점에서 바람의 나라에서 부여의 주작인 용과, ①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 ② 어린 시절부터 떠돌며 지냈다는 점, ③ 사랑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며, ④ 형제국 간의 전쟁을 막으려 노력한 점에서 바람의 나라의 세류와 유사한바, 이는 피고가 용과 세류의 캐릭터를 혼성모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먼저, 수지니와 용 사이의 유사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바람의 나라에서 부여의 용은 부여의 왕자로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누나 ‘연’마저 고구려 무휼의 차비(차비)로 정략결혼을 떠나면서 할아버지인 대소왕의 막내 동생 ‘충구’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는데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인 아이로 표현되고, 연이 무휼의 버림을 받아 죽었다고 생각하여 무휼에 대하여 분노를 품고 있는 인물이며, 부여의 현무 사구로부터 용이 부여의 왕위를 물려 받게 되면 자신의 꿈에 방해가 될 것으로 판단되어 공격을 당하는 반면, 태왕사신기의 주작 수지니는 백제 진사왕에 의해 가문이 몰락하면서 현무 주안으로부터 구출되어 주안과 함께 떠돌다 보니, 백제의 왕자 수의 스승이 된 주안을 따라 어린 시절을 궁궐에서 생활하게 되나,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장난을 잘 쳐 호롱불처럼 주위를 환하게 하는 성격인데 나중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흑주작으로 자각하여 현무 주안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뻔 하는바, 양자의 성격이나 특징이 전혀 유사하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현무로부터 죽임을 당할 뻔 한다는 설정 그 자체는 유사하나, 그 사건에 이르는 동기나 과정, 의미가 달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다음, 수지니와 세류 사이의 유사점에 관하여 보건대, ① 태왕사신기에서 주작인 수지니가 사신 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사실은 인정되나, 바람의 나라에서 주작은 세류의 남편이었던 기산의 천인이 화한 것으로 그 속성은 남성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다른 사신수 중 암현무 무파, 청룡 하안사녀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바람의 나라에서 주작이 사신수 중 유일한 여성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② 어린 시절부터 떠돌며 지낸다는 점은 유사하나, 한 곳에 머물러 살지 않고 떠도는 등장인물이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인물유형에 해당되어 표현으로 보호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사신 중 주작 또는 주작이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이 그러한 특징을 공통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가 보호를 구하는 것이어서 표현에 해당된다고 보더라도 태왕사신기에서 고아인 수지니는 진정한 주군을 찾아 떠도는 현무 주안으로부터 딸처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기 때문에 주안과 함께 백제, 고구려를 떠돌게 된 반면, 바람의 나라에서 세류는 고구려의 공주이므로 궁에서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를 다루는 신기가 있어 아버지인 유리왕의 미움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궁에 머무르지 못하고 세상을 방황하게 되는바, 그 동기나 의미가 확연하게 달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③ 수지니는 담덕과 수를, 세류는 괴유와 무휼을 사랑하여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는 점이 유사하나,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위 삼각관계에 놓이는 여주인공은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유형으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고, 위 ④의 점은 태왕사신기에서 주작 수지니는 백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전생의 소서노로서, 또는 주안의 가르침을 받아 고구려와 백제가 형제국임을 인식하여 백제와 고구려 사이의 전쟁을 막기 위해 백제와 싸우려는 담덕을 설득하는 반면, 바람의 나라에서 세류가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막으려 한다는 특징은 찾아볼 수 없어 이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다만, 바람의 나라의 세류가 무휼의 신수인 청룡과 무휼의 아들 호동의 신수인 봉황 사이에 살(살)이 있어, 무휼이 봉황을 죽인다면 호동의 목숨에 위험이 따를 염려가 있어, 봉황의 존재를 숨기려 하거나 부자간의 싸움을 막으려 한다는 에피소드가 나오나, 이것만으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가 두 나라 사이의 싸움을 막으려 노력한다는 점과 유사하다고 보기 부족하다}.

(6) 캐릭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한 이야기 전개, 에피소드 등에 있어서의 유사성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설사 위 등장인물들이 그 자체로서 저작권법의 독자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다 하더라도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상관관계를 맺으며 전개되는 이야기나 에피소드, 즉 무휼과 마로, 담덕과 모두루의 상관관계를 통해 나타난 주인공이 심복을 얻는 과정 및 그 심복이 나중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 전개, 흑주작과 난새와 관련된 에피소드, 양 작품 모두 외세와의 전쟁이 아닌 민족 내부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점, 주인공의 적국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캐릭터들 사이의 상관관계, 주인공이 결국 부도나 신시에 이르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비극적 결말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아래에서 인정하는 각 사실은 갑 제1, 7, 18호증, 을 제4, 11,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다.

(나) 주인공이 심복을 얻는 과정 및 그 심복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유사성 판단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서 주인공인 무휼은 누나인 세류를 찾으러 갔다가 숨어 사는 마로와 해명태자의 군사를 만나게 되고, 마로는 원래 해명태자의 생전에 그를 왕으로 모시던 자로서 처음에는 해명이 아닌 무휼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갈등하고, 무휼을 직접 공격하는 등 거부하지만 결국 그를 따르게 되어, 나중에 고구려 장수로 부여와의 전쟁에 나가 위험에 빠진 세류를 구하기도 하고, 그 전쟁에서 전사하게 되나 끝까지 해명을 잊지 못하고, 해명을 부르면서 죽게 된다.

한편, 피고의 태왕사신기에서 주인공인 담덕은 좋은 철(철)을 찾아 나섰다가 백두산 근처의 철광에서 백호 모두루를 만나게 되고, 모두루는 처음에는 담덕에 대하여 철을 강탈하려는 귀족으로 오해하고, 거부감을 가졌으나, 곧 그에게 반하게 되어, 담덕과 의기투합하여 담덕과 함께 강한 철기부대를 만들어내고, 전장을 누비다가 담덕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게 된다.

양 저작물에서 주인공이 심복을 얻는 과정 및 그 심복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사건의 전개과정이 아이디어와 표현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그 전개과정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바, 양 작품은 주인공이 낯선 장소에서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거부감이나 적개심을 가진 자를 만나는데, 그가 곧 주인공의 심복이 되고, 심복은 전장에서 주인공을 구출하는 등으로 주인공보다 먼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점은 유사하나, 이는 ‘ 주7) 엑스칼리버’와 같은 영웅담이나 전쟁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의 보편적인 사건 전개에 불과하므로 아이디어에 해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줄거리가 표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그러한 표현에 있어서는 마로는 끝까지 해명을 잊지 못하나 모두루는 담덕의 진정한 심복이 되는 점, 마로는 무휼에게 해명의 부대를 제공하나, 모두루는 담덕과 함께 철기부대를 만드는 점, 마로와 달리 모두루는 담덕을 직접 구하려는 과정에서 전사하는 점에 있어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으므로, 단지 아이디어만의 공통성이 존재할 뿐 표현에 있어서의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 흑주작과 난새 이야기의 유사성 판단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서 신수 중 하나로 나오는 난새 ‘아사’는 부여의 유민이자 점복사인 채의 신수로 여성과 남성으로 둘이 존재하는데, 아사는 호동의 신수인 봉황에게 자신도 ‘처음에는 봉황의 알에서 깨어났으나, 허무를 배우고 자신을 잃어 난새가 되었다. 허무하고, 갈등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다가 그 갈등이 난새를 둘로 나누었으나, 그 어느 것도 진짜가 없고 거짓 왕을 섬기며 거짓 생을 살다 간다.’고 말한다.

한편, 피고의 태왕사신기에서는 전생에 소서노였던 수지니가 전생의 기억 가운데 한스러운 기억으로 먼저 깨어나면 세상을 불태우는 흑주작이 되는데, 수지니는 한때 흑주작으로 자각하였다가, 현무 주안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기도 한다.

살피건대, 두 작품에서 난새나 흑주작의 상징이나 의미에 있어서 다소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이는 같은 능력이나 힘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주작, 봉황과 같이 긍정적으로도, 흑주작, 난새와 같이 부정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공통성에서 유래할 뿐, 구체적인 표현방식이나, 분위기에 있어서는 바람의 나라에서 난새는 처음에는 봉황의 알에서 깨어나나 허무하고, 광폭하며, 음란한 마음을 가진 다소 부정적인 등장인물인 채를 주인으로 모시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와 동일시되어 가는 허무, 슬픔이 위와 같이 구체화된 반면, 태왕사신기에서의 흑주작은 그 의지와 관계없이 주작으로 자각할 때, 전생 중 한스러운 기억으로 먼저 깨어나면 흑주작으로, 좋은 기억으로 깨어나면 주작으로 된다는 운명이 구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표현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라) 외세와의 전쟁이 아닌 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와 관련된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된다는 에피소드의 유사성 판단

바람의 나라는 외세와의 전쟁이 아닌 고구려와 부여 사이의 전쟁이 주요한 소재로 쓰이고, 주인공 무휼의 적국인 부여는 무휼이 평생 연모하는 차비 연의 모국이라는 점에서 피고의 태왕사신기가 외세와의 전쟁이 아닌 고구려와 백제 사이의 전쟁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으며, 주인공 담덕의 적국인 백제는 담덕이 사랑하는 수지니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부여와 고구려, 백제와 고구려 등 외세가 아닌 민족 내부의 전쟁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로서 누구나 소재로 쓸 수 있는 공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와 관련된 나라와 싸워야 한다는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삼국사기의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 오페라 ‘아이다’, 영화 ‘쉬리’ 등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하는 많은 작품의 모티브로서 공공의 지적 자산이므로, 피고가 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마) 결말에 있어서의 동일성 판단

원고는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부도나 신시를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비극적 결말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나, 바람의 나라는 미완성의 작품으로, 현재까지 출간된 제22권까지는 무휼이 추구하는 목표인 부도를 되찾는지 여부가 나타나지 않은 반면, 태왕사신기에서 담덕은 서른 아홉에 이루지 못한 단군조선의 꿈을 안고 죽는다는 결말이 나타나 있어 이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없고, 설사 바람의 나라에서 무휼의 독백 등에서 부도가 ‘이루지 못할 꿈’ 등으로 표현되어 비극적 결말이 암시되어 있음을 전제로 양 저작물의 결말이 유사하다고 보더라도, 주인공이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은 수많은 문학작품에 나오는 전형적인 플롯으로서 원고만이 전유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7) 소 결

그렇다면 원·피고의 저작물은 고구려라는 역사적 배경, 사신, 부도, 신시라는 신화적 소재, 영토 확장이나 국가적 이상의 추구라는 주제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를 공통으로 할 뿐, 그 등장인물이나 주변인물과의 관계 설정, 사건 전개 등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받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는 만화와 드라마 시놉시스 사이에 내재하는 예술의 존재양식 및 표현기법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영진(재판장) 이동진 전안나

주1) 고구려 고분벽화인 사신도에 나타난 동물형상을 한 현무, 청룡, 백호, 주작이다.

주2) 부도의 개념에 관하여는 양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부분(10면)에서 본다.

주3) 신시의 개념에 관하여는 양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부분(10면)에서 본다.

주4) 고구려 고분벽화인 사신도에 나타난 사방위신으로 현무, 청룡, 백호, 주작이다.

주5) 사신도 또는 사수도는 천상(천상)과 음양오행설을 도화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고구려 고분에서 많이 발견된 벽화인데, 각 동물의 형상을 한 사방위신, 즉 북쪽에는 뱀과 거북의 모양을 한 현무, 남쪽에는 새 모양의 주작, 동쪽에는 용의 모양인 청룡, 서쪽에는 호랑이 모양의 백호가 각 중앙의 황룡을 받들고 있는 그림이다.

주6) 1911년 계연수가 저술한 한국 고대에 관한 사서

주7) 아더왕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1981년 제작. 존 부어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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