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대법원 2019. 3. 21.자 전원합의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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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대법원 2019. 3. 21.자 전원합의체 결정]

 

2015모2229   재심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가)   재항고기각
[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 있는지◇

  1. 형사소송법 제415조는 재항고에 관하여 “항고법원 또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재항고의 절차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성질상 상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야 하고(대법원 1982. 8. 16.자 82모24 결정, 대법원 2012. 10. 29.자 2012모1090 결정 등 참조), 사실인정의 전제로서 하는 증거의 취사 선택과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대법원 1987. 2. 3.자 86모57 결정, 대법원 2018. 5. 2.자 2015모3243 결정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로 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59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청구 이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공판절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증거조사 방식에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항고이유 주장은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법원의 사전 또는 사후 영장 없이 피고인들을 불법 체포·감금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으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와 관련 규정들 그리고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이 순천지역을 회복한 후 군경에 의하여 반란군에 가담하거나 협조하였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감금되었다가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피고인들을 체포·감금한 군경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2. 재심청구의 대상은 유죄의 확정판결이다(형사소송법 제420조). 판결은 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공판정에서는 판결서에 따라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2조). 판결과 판결서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판결의 선고내용과 판결서의 내용이 다르면 선고된 내용에 따라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고, 판결서는 판결의 내용을 확인하는 문서일 뿐 판결서가 판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대법원 1973. 10. 10. 선고 73다555 판결, 대법원 1981. 5. 14.자 81모8 결정 등 참조). 따라서 판결서가 작성되지 않았거나 작성된 다음 멸실되어 존재하지 않더라도 판결이 선고되었다면 판결은 성립하여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이 유죄 확정판결이라면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심을 청구하려면 재심청구서에 원판결의 등본을 첨부하여 제출하여야 하고, 판결의 등본은 법원사무관 등이 원본에 의하여 작성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166조, 제28조). 형사사건의 판결서 원본은 국가가 보존할 책임을 진다(검찰 보존사무규칙 제5조, 제18조, 군검찰 보존사무규칙 제5조, 제21조). 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국가가 판결서 원본을 보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이나 재심청구인에게 지울 수는 없다. 판결서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의 대상성을 부정한다면 판결서 부존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피고인 또는 재심청구인에게 지우는 것이 된다.

  대법원은 재판서 등이 형집행에 절대로 필요하지는 않고 다만 증명자료로서 가장 적절하고 전형적인 것일 뿐이라며 원본이 멸실되어 등·초본의 작성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형의 종류 및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기에 족한 다른 증명자료를 첨부하여 재판 집행지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재판서 원본이 사변으로 분실된 사실을 인정한 예가 있다(대법원 1961. 1. 27.자 4293형항20 결정).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 원본이 작성되었으나 사변 등으로 멸실·분실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설령 처음부터 판결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어 집행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판결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다. 

  제헌헌법에는 군법회의 또는 군사법원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나, 국방경비법에는 군법회의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었다. 대법원은 제헌헌법 제76조 제2항을 근거로 국방경비법에서 정한 군법회의 재판을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55. 5. 24. 선고 4288형상100 판결).

  제헌헌법 제64조는 “대통령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라고 정하여 계엄선포에 관한 헌법적 근거를 명시하였으나, 여순사건 당시에는 아직 계엄법(1949. 11. 24. 법률 제69호로 제정된 것)이 제정되지 않았다. 국방부 등 정부 기관은 1997년경 제주 4․3 사건 당시 계엄령에 관하여, 2010년경 여순사건 당시 계엄령에 관하여 제헌헌법 제100조에 따라 효력을 유지한 일제 계엄령에 따른 것이었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고, 이에 대하여 법리적인 논쟁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계엄선포 절차와 군법회의 등에 관하여 위헌·위법 논란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제헌헌법 아래 이루어진 계엄선포 상황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사법작용으로서 군법회의를 통한 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근거법령이나 절차, 내용 등이 위헌·위법하다고 평가되어 판결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판결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판결이 위와 같은 위헌·위법 사유로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립한 이상 형식적 확정력은 인정되고, 오히려 그러한 중대한 위헌·위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하여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통한 구제를 긍정하는 것이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바로잡는다는 재심제도의 존재 목적에도 부합한다. 

☞  여순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내란죄, 국권문란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으로,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한 사안
☞  위 다수의견에 대하여 재심사유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제1 반대의견)과 재심대상판결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재심은 가능하지 않으며 타당하지도 않다는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제2 반대의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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