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합의체 판결[손해배상]〈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효력 범위에 관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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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효력 범위에 관한 사건〉[공2015상,228]

【판시사항】

신청인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에 의한 자백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함으로써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적극) 및 나중에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부분 피해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나)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2호 (라)목, 제9조 제1항 제1호,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 전단에 의하면, 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일정 기간 복역한 사람에 대하여 생활지원금을 지급함에 있어 유죄판결에 이르게 된 경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적법한 형사절차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뿐만 아니라 불법체포·구금이나 고문·조작 등과 같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개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도 생활지원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

(다) 따라서 신청인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함으로써 입은 피해 역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도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고, 비록 위와 같은 사유를 이유로 나중에 형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부분 피해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 (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이하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라 한다)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가 그 후 재심절차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밝혀져 유죄판결이 취소되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피해자의 체포·구금 이후 형의 복역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하 ‘복역 등’이라 한다)에 대한 법률적인 의미는 재심판결의 전후가 다르다.

(나) 신청인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은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대한 동의에 의한 화해의 효력 발생의 기초가 된 사정에 관하여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정변경 전에 위원회의 지급결정절차에서 인정된 보상금 등은 이와 같은 사정 및 이에 따른 신청인의 정신적 손해를 제대로 평가·반영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의한 진실규명결정 및 재심절차에 의한 무죄판결의 확정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여 주고서도 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행하여진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을 들어 재심을 통하여 확인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한다면, 이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한 명예회복 외에 피해보상을 규정한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는 물론 규명된 진실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한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라) 그동안의 대법원판결이나 법원의 실무 운영과는 달리 재심절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전혀 도외시하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심판결에 의한 유죄판결 취소로 새로 밝혀진 억울한 복역 등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배치됨이 분명하다.

【참조조문】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9조 제1항 제1호,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 제20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공2014상, 834)

【전 문】

【원고, 피상고인】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정 담당변호사 고경희 외 1인)

【피고, 상고인】대한민국

【원심판결】서울고법 2012. 11. 29. 선고 2012나391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2에 관한 부분, 원고 1 본인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 원고 3, 4, 5, 6, 7의 망 소외 1의 위자료 상속분에 기한 청구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그 해당 부분에 관한 소를 각하한다. 피고의 원고 1, 3, 4, 5, 6, 7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원고 1, 3, 4, 5, 6, 7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4/5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피고의 의견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고 2의 청구 부분, 원고 1 본인의 위자료 청구 부분, 원고 3, 4, 5, 6, 7의 망 소외 1의 위자료 상속분에 기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

가.「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회복 및 보상을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그 제2조 제1호는 “민주화운동이라 함은 1964년 3월 24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2호 본문은 “민주화운동관련자(이하 ‘관련자’라 한다)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의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서 심의·결정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라)목에서 그 대상자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를 들고 있으며, 제10조 제1항은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서 이 법에 의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련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위원회에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4조 제1항은 “보상결정서 정본을 송달받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을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지체없이 그 결정에 대한 동의서를 첨부하여 위원회에 대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20조는 “보상결정통지서·생활지원금지급결정통지서 또는 명예회복결정통지서를 받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의 지급을 받고자 하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별지 제10호 서식]의 동의 및 청구서에 보상결정서·생활지원금지급결정서 또는 명예회복결정서 정본과 신청인의 인감증명서 각 1부를 첨부하여 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보상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들고 있고, 위 시행령 [별지 제10호 서식]의 동의 및 청구서에는 “신청인은 그 보상금 등을 받은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할 것임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은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등 참조).

한편 위와 같이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2호 (라)목은 관련자의 하나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9조 제1항은 “위원회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 및 그 유족에 대하여 그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30일 이상 구금된 자’를 들고 있고,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 전단은 “법 제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생활지원금의 지급대상자 중 30일 이상 구금된 자에 대하여는 해당 구금일수에 최저생계비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되, 그 금액은 5천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에 의하면 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일정 기간 복역한 사람에 대하여 생활지원금을 지급함에 있어 유죄판결에 이르게 된 경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적법한 형사절차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뿐만 아니라 불법체포·구금이나 고문·조작 등과 같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개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도 생활지원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신청인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함으로써 입은 피해 역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도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비록 위와 같은 사유를 이유로 나중에 형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부분 피해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 1, 2와 망 소외 1(이하 ‘원고 1 등’이라 한다)은 1974. 1. 7. 문인 61명이 발표한 개헌지지성명에 관여한 후, 1974. 1. 14.부터 같은 달 22.까지 사이에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불법체포·구금되어 기소될 때까지 밤샘수사, 구타 및 각종 고문, 회유와 협박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다.

(2) 원고 1 등은 이러한 가혹행위에 못 이겨 수사관들이 불러주는 대로 자술서 또는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결국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글 잡지인 ☆☆ 이 반국가단체의 위장지임을 알면서 글을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되었다(이하 수사관들이 원고 1 등을 불법구금하고 구타·고문 및 회유·협박을 통하여 기소한 일련의 행위를 통칭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

(3) 1974. 6. 28. 위 형사사건의 제1심에서 원고 1 등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원고 1에 대하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 원고 2에 대하여는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2년, 망 소외 1에 대하여는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이 각각 선고되었다. 이에 원고 1 등이 항소하였는데, 항소심법원은 원고 1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2에 대하여는 3년간, 망 소외 1에 대하여는 2년간 위 각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1976. 7. 27. 원고 1 등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원고 1에 대한 제1심판결과 원고 2, 망 소외 1에 대한 항소심판결을 통칭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4) 원고 1 등은 2003. 4. 22.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관련자로 지정되었고, 이후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따라 원고 1은 2005. 7. 26. 생활지원금으로 6,209,040원, 2008. 11. 5. 생활지원금으로 1,126,960원 합계 7,336,000원을, 원고 2는 2008. 11. 3. 생활지원금으로 13,542,990원을, 망 소외 1은 2005. 8. 2. 생활지원금으로 11,017,260원을 각 지급받았고, 그 무렵 위원회에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동의 및 청구서를 각각 제출하였다.

(5) 한편 원고 1 등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재심법원은 원고 1 등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의 피의자의 자백은 고문·협박 등에 의한 것으로 진술의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삼을 수 없고 그 외에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원고 2, 망 소외 1에 대하여는 2011. 9. 8.에, 원고 1에 대하여는 2011. 12. 23.에 각각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유죄판결이 나중에 재심을 통하여 취소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인하여 원고 1 등이 입은 피해는 모두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원고 1 등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이상 이에 대하여도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 1 등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는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 1 등이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보상금 등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원고 1 등이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 1의 망 소외 2의 위자료 상속분에 기한 청구 부분, 원고 3, 4, 5, 6, 7의 본인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하여

상고법원은 상고이유에 의하여 불복신청한 한도 내에서만 조사·판단할 수 있으므로, 상고이유서에는 상고이유를 특정하여 원심판결의 어떤 점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으로 이유를 기재하여야 하고, 상고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위와 같은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9356, 2936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상고이유서에는 위 원고들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어떤 점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달리 상고이유로 삼을 만한 사항도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며, 상고장에도 그러한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2에 관한 부분, 원고 1 본인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부분, 원고 3, 4, 5, 6, 7의 망 소외 1의 위자료 상속분에 기한 청구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되, 이 부분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하여, 이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해당 부분에 관한 소를 각하하며, 피고의 원고 1, 3, 4, 5, 6, 7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총비용의 부담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신청인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까지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이하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라 한다)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가 그 후 재심절차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밝혀져 그 유죄판결이 취소되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피해자의 체포·구금 이후 형의 복역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하 ‘복역 등’이라 한다)에 대한 법률적인 의미는 재심판결의 전후가 다르다. 피해자의 복역 등은 재심판결 전에는 종전의 유죄판결이 유효함을 전제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재심판결 후에는 피해자가 무죄임에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형사보상, 명예회복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객관적·법률적인 평가가 완전히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로서도 비록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재심판결의 전후에 차이가 없지만, 재심판결 전에는 자신의 복역 등이 유효한 유죄판결로 인한 결과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 상태에서 보상 또는 배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평가하는 범위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반면, 이와 달리 재심판결을 통하여 자신의 행위가 법률적으로 무죄로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겪지 아니하여도 되는 위법한 복역 등을 당하였고 그 결과 헌법상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음이 밝혀졌다면 그에 따라 피해자가 느끼는 억울함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위자)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는 범위는 재심판결 전과 비교하여 확대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화해는 창설적 효력이 있고(민법 제732조 참조),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데(민사소송법 제220조 참조), 재판상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확정하기로 합의한 사항에 한하며,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그러한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0856 판결 등 참조). 즉 화해는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권리의무가 일단 존재하는 것으로 상정하여 그에 관하여 서로 양보한 내용대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해당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사정이 이와 다른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화해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민주화운동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절차를 신청한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에, 그 동의 당시에는 나중에 재심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유죄판결이 취소되고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사정이 반영되지 아니하였음은 분명하고 또한 아직 재심절차도 개시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그와 같은 사정을 예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화해의 전제로 삼거나 그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확대 평가될 수 있는 신청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화해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신청인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은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대한 동의에 의한 화해의 효력 발생의 기초가 된 사정에 관하여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사정변경 전에 위원회의 지급결정절차에서 인정된 보상금 등은 이와 같은 사정 및 이에 따른 신청인의 정신적 손해를 제대로 평가·반영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청인이 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더라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보상이 이루어졌다거나 그 정신적 손해에 관하여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다. 민주화보상법이 2000. 1. 12. 제정·공포되어 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과 그 유족들이 복잡한 소송절차에 앞서 신속히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5년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이 제정·공포되어 국가로 하여금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고 규명된 진실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후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통하여 이 사건을 포함하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다수의 과거사 사건에서 왜곡되었던 진실이 밝혀졌고, 재심절차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취소하고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됨으로써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피해를 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진실규명결정 및 재심절차에 의한 무죄판결의 확정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여 주고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행하여진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을 들어 재심을 통하여 확인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한다면, 이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한 명예회복 외에 피해보상을 규정한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는 물론 규명된 진실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한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라. 대법원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가 나중에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밝혀져 재심절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다수의 과거사 사건에서, 재심절차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취소되기 전에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여,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까지 보아 배척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이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복역 등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가 재심절차 후에는 객관적으로 달라지고 또한 피해자로서도 재심절차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그와 같이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항을 주장할 수 없었다는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원의 실무는 이와 같은 과거사 사건에서 재심절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반영하여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생활지원금이나 형사보상금의 수배가 넘는 다액의 위자료를 인정하여 왔다. 이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으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 무죄판결에 의한 형사보상 등을 넘어 손해배상을 인정하여야 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그 복역 기간 등을 고려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절차에 의하여 과거의 복역 등이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사정을 고려하여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평가한 것이 그러한 사정이 밝혀지기 전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그동안 법원이 과거사 사건에서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정으로 삼아 왔던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 등 내지는 재심판결에 의한 유죄판결의 취소 사실 및 그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가 이루어졌고, 또한 그 지급결정절차에서 인정된 보상금 등의 액수가 그 사실이 밝혀진 다른 과거사 사건에서 피해자의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위자료 액수에 비하여 현저하게 적음에도, 이제 와서 그동안의 대법원판결이나 법원의 실무 운영과는 달리 재심절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전혀 도외시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심판결에 의한 유죄판결 취소로 새로 밝혀진 억울한 복역 등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배치됨이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 1 등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중에 피고 소속 수사기관의 이 사건 불법행위가 밝혀져 재심절차를 통하여 취소되고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비록 원고 1 등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더라도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른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함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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