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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제9호 관련 재심사건[대법원 2018. 5. 2.자 중요결정]

긴급조치 제9호 관련 재심사건[대법원 2018. 5. 2.자 중요결정]

 

2015모3243   재심 일부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카)   재항고기각

[긴급조치 제9호 관련 재심사건]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영장 없는 체포·구금에 기초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직무범죄로 인한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형사재판에서의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한 비상구제절차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재심사유의 하나로서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들고 있다.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는 위 재심사유가 규정하는 대표적인 직무범죄로서 헌법상 영장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는 강제처분의 남용으로부터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된다.

  수사기관이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체포·구금을 하여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를 범하는 상황은 일반적으로 영장주의에 관한 합헌적 법령을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 문제된다. 이와 달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이 시행되고 있는 동안 수사기관이 그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하였다면 법체계상 그러한 행위를 곧바로 직무범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국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것이고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결과는 수사기관이 직무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다르지 않다. 즉,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비록 그것이 형식상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과적으로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수사기관이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경우를 재심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이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을 체포·구금하였고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라 진행된 유죄 확정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함에도 단지 위헌적인 법령이 존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하자를 바로잡는 것을 거부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위헌적인 법령을 이유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더라도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재심제도의 이념에도 반한다.

  한편, 이러한 수사기관의 행위에 관하여도 당시의 법령에 의하여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만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적 법령으로 인하여 갖출 수 없게 된 요건을 요구하며 재심사유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재심제도의 목적과 이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취지,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른 체포·구금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이 유추적용을 통하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 할 것이다.

  원심결정에 의하면, 피고인은 1979. 7. 4. 천안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들에 의하여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속영장 발부일인 1979. 7. 13.까지 영장 없이 구금되었고, 그 수사를 기초로 공소가 제기되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그것이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이고, 그 중 제8항 역시 영장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하여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따라서 앞에서 본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면, 피고인을 체포·구금한 위 사법경찰관들은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이므로 재심대상판결 중 위 수사를 기초로 공소가 제기되어 유죄가 확정된 부분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피고인이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영장 없는 체포·구금에 따라 긴급조치위반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에 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안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인 이상 그에 따른 영장 없는 체포·구금에는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를 인정함으로써,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 하더라도 그에 따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은 당시의 유효한 법령에 따른 행위로서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될 수 없으므로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한 사례

 

#최신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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