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 9.자 중요결정 요지
민 사 |
2019마6016 재판기록의열람등제한 (바) 파기환송(일부)
[민사소송법 제163조의 소송기록 열람‧등사 제한 제도의 취지와 그 요건으로서 영업비밀의 개념]
◇당사자 사이에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일방 당사자가 “소장과 준비서면 중 일부 및 제출된 서증 중 일부”를 대상으로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 제2호의 “영업비밀이 적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그 열람 등 제한을 신청한 경우, 위 조항의 취지와 그 요건으로서 영업비밀의 개념◇
가. 영업비밀의 개념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소송기록 중에 당사자가 가지는 영업비밀이 적혀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소송기록 중 그 부분의 열람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자를 당사자로 한정할 수 있다. 위 조항은 “이때의 영업비밀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영업비밀의 개념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의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함이 상당하다.
-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되기 전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영업비밀에 관하여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을 요구하였고,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0389 판결 등도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후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만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 사건은 위와 같이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된다(나아가 2019. 7. 9.부터 시행되는 2018.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영업비밀에 관하여 “비밀로 관리”될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
나. 미확정 소송기록에 대한 열람 등의 제한
확정 판결서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확정된 소송기록은 학술연구 등 일정한 목적 하에 열람할 수 있도록(민사소송법 제162조 제2항) 정한 반면, 미확정 상태의 소송기록에 관하여는 당사자나 이해관계를 소명한 제3자만이 열람 등이 가능하도록(민사소송법 제162조 제1항)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352조에 따라 미확정 상태의 다른 소송기록을 대상으로 하는 문서의 송부가 촉탁된 경우, 해당 소송기록을 보관하는 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한다(민사소송법 제352조의2). 이에 따라 이해관계의 소명이 없는 제3자라 할지라도 다른 미확정 상태의 소송기록을 대상으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여 채택된다면, 대상 기록에 관해 민사소송법 제163조의 소송기록 열람 등 제한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는, 제한 없이 미확정 상태의 소송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결과가 된다. 대상 문서를 지정하지 않은 채로 법원의 송부촉탁 결정이 이루어지고, 송부촉탁 결정 이후 신청인이 직접 대상 기록을 열람한 후에 필요한 부분을 지정하여 문서송부촉탁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미확정 상태의 소송기록에 적혀 있는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 신청인이 열람 등 제한을 주장하는 문서는 미확정 소송기록의 서면과 서증 일부인데, 그 중에 신청인이 일방 당사자로서 제3자와 체결한 계약서에 관하여, 위 계약서에 비밀유지조항이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이 단순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비밀유지의무만을 부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상대방에 대하여 해당 계약서의 관리방법 또는 그 계약서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과 피용자 등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등 그 계약 내용을 비밀로 관리해야 하는 구체적인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정도까지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적어도 이러한 정도의 비밀유지의무가 부과된 문서에 관하여는 영업비밀이 적혀 있다는 소명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여, 신청인의 신청을 전부 기각한 원심결정 중 위 계약서에 관한 부분을 일부 파기환송한 사례
가 사 |
2018스40 등록부정정 (바) 파기환송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정정을 신청한 사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에 따른 등록부정정사유를 판단하는 기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ㆍ혼인ㆍ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ㆍ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한 이 사건에서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왔다면,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을 ‘금’으로 정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내용의 진실성을 확보하여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도 부합한다.
- 신청인 겸 사건본인(재항고인, 이하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난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주민등록표, 여권, 운전면허증 등에도 신청인의 한글 이름이 ‘금난새’로 표기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난새(金난새)’로 표기되어 있었음
- 신청인의 모친이 사망하여 신청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등기를 하고자 하였으나 등기국에서 ‘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상 상속인의 성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기신청을 각하하였기에 신청인이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姓)의 정정을 신청한 사건에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다른 공적 장부에서 신청인 성명의 기재,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아,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