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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임차건물 화재로 인하여 임대차 목적물이 아닌 부분까지 불탄 경우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과 손해배상의 범위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임차건물 화재로 인하여 임대차 목적물이 아닌 부분까지 불탄 경우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과 손해배상의 범위가 문제된 사건〉[공2017상,1268]

【판시사항】

[1]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이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 임대인이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기 위하여 주장·증명하여야 할 사항

[3]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손해배상청구권) 및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따라 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의 범위

【판결요지】

[1]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며, 임차인이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

[2] [다수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 부분(이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조, 제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임대인의 주장·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까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판단한 종래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에 따라 손해 발생에 관하여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라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민법 제390조에 따라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화재로 불에 탄 부분이 임차물 자체인지 임차물 이외의 부분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임차물과 임차 외 건물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을 별도로 판단하는 것은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한 경우에 임대차 기간 중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함께 임대인 소유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탔을 때 임차인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성립하는 경우에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반대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화재의 원인이나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때에는, 임차 건물 부분의 손해뿐만 아니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까지 임차인이 전부 책임지는 것은 임차인에게 가혹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전혀 책임지지 않고 그 부분 손해를 임대인이 모두 감수하도록 하는 것 또한 구체적 타당성에 어긋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 법원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긍정하되, 책임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3]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따라 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보험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의 책임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74조, 제390조, 제615조, 제618조, 제623조, 제654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민법 제374조, 제390조, 제393조, 제610조 제1항, 제615조, 제618조, 제624조, 제629조 제1항, 제634조, 제654조,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3] 상법 제724조 제2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공2010상, 995)(변경)
[1]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공1994하, 2988)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6273 판결(공1999하, 2209)
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공2000하, 1833)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6562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공2009하, 1016)
[2]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공1986, 3116)(변경)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6652 판결(공1992, 2968)(변경)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41509 판결(공1998상, 378)(변경)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15082 판결(변경)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39456 판결(공2004상, 521)(변경)
[3]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공1994하, 1824)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71951 판결

【전 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황현주 외 1인)

【피고(반소원고), 상고인】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융평 담당변호사 조재돈 외 4인)

【피고, 상고인】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 외 3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2. 9. 5. 선고 2011나3529, 35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피고(반소원고) 및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이 사건 건물의 ‘1층 전면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이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2.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과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화재’라고 한다)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1)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 종료 시에 임대차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그리고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390조).

따라서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6273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등 참조).

(2) 한편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며,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6562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등 참조).

나. (1)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 부분(이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조, 제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2) 종래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다카1066 판결,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6652 판결,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41509 판결,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15082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39456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등 참조, 이하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이라 한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임대인의 주장·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까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1)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자체의 반환의무 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더 이상 임차 목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사회통념상 임대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종료하였고, 피고(반소원고)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에게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을 온전한 상태로 반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게 되어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지점인 이 사건 건물의 ‘1층 전면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한 부분으로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해 오던 부분에 해당하는 반면, 그 부분에 대하여 임대인인 원고가 지배·관리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 비록 그 발화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으나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반소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다. 거기에 화재로 인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이 아닌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목적물인 이 사건 건물의 1층 중 150평 부분은 이 사건 건물의 다른 부분과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는데,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뿐만 아니라 건물의 다른 부분인 1층의 나머지 부분, 2층 및 옥상 부분(이하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이 소훼되었고,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를 다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피고(반소원고)는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원고가 입게 된 손해까지도 배상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피고 삼성화재도 피고(반소원고)의 보험자로서 이 부분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소방관 현장조사 및 자체 현장조사, 수사자료, 목격자 진술,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의 현장과 그 주변이 촬영된 휴대전화 및 동영상을 종합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이 사건 건물의 1층 전면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이라고 판정하였으나, 방화가능성 및 전기적·기계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담뱃불 내지 그 불티 등)을 비롯하여 모든 발화원인을 조사하였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는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가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이 사건 화재 발생과 관련된 피고(반소원고)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는 피고(반소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이유로 들어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피고(반소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 삼성화재에게도 같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임차 건물 부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의 임차 외 건물 부분 손해에 대한 임차인의 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피고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고,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다(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따라 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보험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의 책임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7195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① 피고(반소원고)와 피고 삼성화재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에 관하여 피고(반소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 사건 제1, 2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제1화재보험계약의 경우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른 보상한도액은 1억 원,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른 보상한도액은 1억 원(공제금액 10만 원)이고, 이 사건 제2화재보험계약의 경우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 없이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만을 하였는데 그 보상한도액이 8,000만 원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②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및 그와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됨으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은 이 사건 제1, 2화재보험계약에서 정한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과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 모두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다는 이유로, 피고 삼성화재는 이 사건 제1, 2화재보험계약의 위 보상한도액을 모두 합산한 2억 7,99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의 손해액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그 직접청구권자인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임차자 배상책임 특별약관은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임차한 부동산이 화재로 인하여 없어지거나 망가짐으로써 그 부동산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가진 자에게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되(제1조), 배상책임의 목적인 임차부동산을 제외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소유, 점유, 임차, 사용하거나 보호, 관리, 통제하는 재물에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제3조 제2항 제5호)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②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시설 및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의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려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되(제1조),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소유, 점유, 임차, 사용하거나 보호, 관리, 통제하는 재물이 손해를 입음에 따라 그 재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지는 사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제4조 제2항 제4호)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은 임차자 배상책임 특별약관 제1조가 정하는 ‘피보험자가 임차한 부동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삼성화재는 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관한 피고(반소원고)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설령 그 건물 부분이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과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하더라도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른 보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은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별약관 제4조 제2항 제4호가 정하는 ‘피보험자가 임차하는 재물’에 해당하므로, 피고 삼성화재는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관한 피고(반소원고)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른 보상책임을 면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피고 삼성화재가 원고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액수는 이 사건 건물 중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에 발생한 손해와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라 1억 8,000만 원(제1화재보험의 한도액 1억 원 + 제2화재보험의 한도액 8,000만 원)을 한도로, 후자에 대해서는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라 9,990만 원(제1화재보험의 한도액 1억 원 – 공제금 10만 원)을 한도로 정해야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과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의 각 보상 한도액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각 보상 한도액을 모두 합산한 금액을 한도로 하여 피고 삼성화재가 원고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액수를 정하고 말았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과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건물 전체의 소훼로 인한 손해배상의 액수를 산정하였는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액과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액을 구분하여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와 같은 잘못은 피고(반소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전체 손해액 산정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은 사정으로 인해 임차자 배상책임 특약과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의 각 보상 한도액 범위 내에서 피고 삼성화재가 실제로 원고에게 지급할 각 보험금의 액수를 산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합산한 금액이 원심이 피고 삼성화재에게 지급을 명한 148,278,300원과 같은 액수라고 단정할 수 없어, 앞에서 본 원심의 법리오해로 인한 잘못은 피고 삼성화재가 원고에게 지급할 전체 보험금의 액수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삼성화재 패소 부분 역시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과 피고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피고들의 위 상고이유 및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책임제한에 관한 주장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6.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과 피고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는,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그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임대차계약의 내용이 임차인에게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임차인의 그러한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그러한 계약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한 화재로 인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임차인의 의무를 법률상 근거 없이 부당하게 확대하는 것이고,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다.

첫째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는 임대차계약상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임차인 역시 법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인 이상 다른 사람의 법익을 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하는데,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의 목적물이 아닌 물건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한 물건이 임대인의 소유라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이유가 없고, 화재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의 귀책사유를 판단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안에서 계약상 아무런 근거 없이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이유도 없다. 대법원판례가, 계약 당사자가 계약상 인정되는 급부의무 외에 일정한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숙박계약, 입원계약, 근로계약, 여행계약 등 일정한 유형의 계약에 한하여 채권자의 신체, 재산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 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13387 판결 등 참조). 그러한 특별한 경우가 아님에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법공동체 구성원의 일반적인 의무를 당사자 간의 특별한 약정 없이 계약상 의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엄격히 구별하고 있는 우리 민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통상의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0004 판결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임대차 목적물 그 자체의 제공과 반환, 차임의 수수에 관한 것이고,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이례적 사정을 내세워 임차인에게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려면, 그와 같은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둘째로,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손해배상의 목적은 채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있었을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므로, 계약을 위반한 채무자는 이행이익, 즉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한 경제적 이익을 배상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등 참조),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 이상, 임대인 소유의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소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이러한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관련이 없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임대차 목적물 그 자체에 대한 것이고, 그 전제가 되는 보존의무도 임대차 목적물 그 자체의 반환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임차인의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및 그 전제가 되는 보존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인 임대인이 얻었을 이익의 배상이란 임대차 목적물이 ‘반환될’ 것을 전제로 채권자인 임대인이 향유할 수 있었던 이익의 배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 건물 부분에서 발생한 화재가 우연히 임대인 소유인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확대된 경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임차인의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및 보존의무의 이행이익과는 무관한 별개의 손해라고 보아야 한다.

(2)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 의하면, 임대차 목적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확대되어 소훼된 부분이 임대차 목적물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고 그 부분 또한 임대인의 소유라면, 그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임차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그 부분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재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발생한 손해 중 임대차 목적물 자체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는 화재의 결과 발생한 채무불이행(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인 반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는 화재의 원인이 된 채무자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일 수는 있어도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 그 자체로 인한 손해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건물과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을 동일한 것으로 보거나, 전자의 채무불이행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후자의 손해에 대해서까지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에 관하여 그 소유자가 임대인인지 제3자인지 하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근거를 달리 보아 그 증명책임의 귀속까지 달리 판단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로서 임대차계약에 따라 수선의무를 부담하고, 임차인의 임차 건물 부분의 사용·수익 상태에 대하여 잘 알고 있거나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큰 사람이므로 화재라는 결과발생에 대하여 양적·질적으로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제3자는 화재의 발생 지점인 임대차 목적물에 대하여 아무런 주의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은 제3자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소유자인 경우에는 불법행위에서의 증명책임 구조에 따라 제3자가 임차인의 귀책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보면서, 화재의 발생에 양적·질적으로 일부 책임이 있거나 화재의 원인에 대해 더 잘 증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대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소유자인 경우에는 임차인이 자신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형평에 어긋난다.

화재로 인해 임대차 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에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차인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손해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보존·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영역에 발생한 손해라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영역에 속하지 아니하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는 민사법의 기본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 맞지 않고, 증명책임의 합리적인 분배원칙과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3)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이 제시하는 ‘불가분의 일체’라는 불확정개념은 화재의 속성에 비추어 그로 인한 피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불명확한 실화 사건에서 임차인의 책임범위에 관한 분명하고 일관된 기준이 되지 못하므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실화책임법’이라고 한다)은 실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법 제765조의 특례로서 손해의 배상의무자에게 실화로 인한 손해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실화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의 성립 자체를 제한하였던 구 실화책임법(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898 판결 등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해서는 위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현행 실화책임법하에서도 위와 같은 해석이 유지된다면 다수의견이나 반대의견처럼 임대인이 실화자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구할 경우 실화책임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게 될 우려가 있다.

(4)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대차계약의 목적물이 아닌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 제도에 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계약법은 계약의 이행을 담보함으로써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달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민법이 정하는 계약 위반에 대한 구제수단 중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손해배상이다. 민법 제390조는 계약 위반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때의 손해배상은 채무자가 이행을 하였더라면 채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민법 제390조 단서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채무자에게 지우는데,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결합관계에 의하여 채무자는 약속된 급부의 실현을 인수한 것이고, 통상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이유가 채무자의 지배영역에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인 것이다(이는 계약이행이 불능이 될 위험은 최소비용회피자가 부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채무자는 계약 위반 여부에 관한 결정을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채무불이행이 되지 아니하도록 최적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를 계약 위반에서 찾는 것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법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일반적 지위를 넘어서는 계약이라고 하는 법적 특별결합관계가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채무자에게 부담시켜 가급적 계약이 이행된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인데, 그러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다수의견이나 반대의견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를 굳이 계약책임으로 구성할 필요를 찾기 어렵다.

② 거래비용의 절감이라는 계약법의 또 다른 기능에 비추어 보더라도, 임대차계약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임대차계약의 목적물에 관한 것에 한하여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건물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인은 보통 건물 유지·관리에 필요한 건축물의 구조, 설비, 용도 등에 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임차인들에 관한 정보 역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또한 임대인은 그 거래비용을 차임 또는 관리비의 형태로 분산하여 임차인에게 전가시킬 수도 있다. 반면에 원인 불명의 화재임에도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까지 임차인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임차인은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서 말하는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가 어디까지인지, 나아가 자신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하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므로, 임차 목적물 외에 건물 전체에 관한 정보를 조사·수집할 필요가 있게 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곤란할 뿐만 아니라,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건물 전체의 위험요소는 임대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파악하여 각각의 임대차계약에서 반영시킬 수 있는 반면, 건물 일부의 임차인은 정보의 비대칭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음은 물론이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과실책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과실책임원칙 아래에서, 가해자의 상당한 주의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 가해자는 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유인을 가지게 되고, 피해자도 자신이 부담하게 될 손해를 줄이기 위한 주의를 기울일 유인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보험의 이용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손해의 사후적 배분 기능은 불법행위에 관한 법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을 통하기보다는 보험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욱 효율적이다. 보험제도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당연히 손해배상에 관한 법원칙을 고려하게 된다. 임대인이 1동의 건물을 여러 개의 건물 부분으로 구분하여 각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하여 건물 전체가 멸실될 위험에 대비하여 임대인은 건물 전체를 보험목적으로 하여 화재보험에 가입한 다음 그 보험료를 차임 등의 형태로 분산시키고, 임차인은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대비하여 그 부분에 대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통상적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다. 이것이 별개의견이 제시하는 손해배상의 법원칙에도 부합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에 따르게 되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가 1동의 건물 전부에 해당할 때에는 임차인으로서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건물 전부를 대상으로 그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거래의 현실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도 비효율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5) 결국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그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손해 발생에 관하여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이 설시한 바와 같은 “그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라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 원심판결 중 임대차 목적물이 아닌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 부분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이 사건 건물의 1층에 위치한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은 이 사건 건물의 다른 부분과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는데,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뿐만 아니라 건물의 다른 부분인 1층 나머지 부분, 2층 및 옥상 부분이 소훼되었으므로, 피고(반소원고)는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원고가 입게 된 손해까지도 배상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피고 삼성화재도 피고(반소원고)의 보험자로서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후 관련 소방당국과 수사기관에서 화재 현장 및 목격자 등을 통하여 방화가능성, 전기적·기계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담뱃불 내지 그 불티 등) 등 모든 발화원인을 조사하였으나, 이 사건 화재의 발화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를 불이행하였으나, 이와 별도로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는 데에 관하여는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임대차 목적물과 상호 유지·존립에 있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다른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에 대하여 임차인이 자신의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를 다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피고(반소원고)에게 배상책임이 있고, 피고 삼성화재에게도 같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임대차 목적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확대되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은 피고(반소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전체 손해액 산정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피고 삼성화재가 원고에게 지급할 전체 보험금의 액수에 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파기의 이유는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7.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과 피고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화재로 인한 임차물 자체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관해서는 기존의 판례를 따르면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이와 달리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어야만 임차인이 그 부분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는 취지이다. 대법관 김신, 대법관 권순일의 별개의견은 위와 같은 경우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해서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견해는 우리 민법의 규정과 체계에 맞지 않는다.

민법은 제390조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일반조항주의를 채택하여 채무불이행의 성립요건을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라고 일반적·포괄적으로 규정한다. 반면에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예견가능성이 있는 한에서 배상하도록 함으로써 제한배상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이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우리 민법이 채택하고 있는 기본구조이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는 민법 제390조에 따라 판단하고, 그 손해가 배상의 범위에 속하는지는 민법 제393조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한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민법 제390조에 따라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임차물이든 그 밖의 부분이든 불에 탄 부분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화재로 불에 탄 부분이 임차물 자체인지 임차물 이외의 부분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나 그 증명책임을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임차물과 임차 외 건물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을 별도로 판단하는 것은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상세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임차인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와 손해배상의 범위로 구분하여 살펴본 다음 이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관하여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나. 임차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가 무엇인지 확정하여야 한다. 임대차 당사자들의 의무는 기본적으로 임대차에 관한 민법 규정과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다만 임대차계약은 계속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시되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1) 임차인의 의무는 임대차계약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복합적인 의무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대차는 타인의 물건을 빌려 사용·수익하고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18조).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임차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하고(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4641 판결), 임차물을 반환하는 때에 임차물을 원상으로 회복하여야 한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의 의무는 이러한 기본적 의무에 한정되지 않는다.

임차인의 임차물 반환의무는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 해당하므로, 임차인은 임차물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를 보존하여야 한다(민법 제374조).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고(민법 제634조 본문), 임대인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때에는 임차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민법 제624조).

나아가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여야 하고(민법 제654조, 제610조 제1항), 용법에 어긋나는 사용·수익으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며,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민법 제629조 제1항).

임차인의 위와 같은 여러 의무는 타인의 물건을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임대차의 특성에 기인한다. 임차물 보존의무,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무, 반환 및 원상회복의무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하나의 의무가 다른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시에 임차물을 온전한 상태로 반환할 수 있도록 임차물을 보존하여야 한다. 임대차계약에서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함께 사용·수익을 하는 것이므로, 사용·수익행위와 보존행위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임치계약(민법 제693조)과 다르다. 더군다나 건물 임대차계약에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건물 임차인의 보존행위와 사용·수익행위는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기간 중에는 임차인의 계속적인 주거나 영업을 통하여 일체로서 이루어진다. 임차인의 보존·사용·수익의 방법에 따라 임차물이 변형될 수 있는데, 이것이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에는 반환의무나 원상회복의무의 형태와 정도에 구체적으로 반영된다.

(2) 임차인이 임차물을 사용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물이 불에 탄 경우 일반적으로 민법 제390조에 따라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임차인이 보존의무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무를 위반하여 임차물 반환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데 장애가 생겨 원상회복을 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을 하지 않은 채 임차물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이러한 의무 위반은 독립된 별개의 여러 의무 위반들이 중첩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여러 의무들이 화재라는 하나의 사고 또는 사태로 말미암아 제대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하나의 의무 위반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이 임차물을 사용하던 중 화재로 임차물이 불에 탄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임차인의 의무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가리고,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을 판단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의무 위반은 민법 제390조 본문에서 정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라는 요건으로 포섭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와 달리 하나의 화재로 손해가 발생한 부분이 임차물인지 임차물 이외의 부분인지에 따라 임차인이 부담하는 의무를 달리 파악한다거나, 어느 한 쪽의 손해에 대해서는 의무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보면서 다른 한 쪽의 손해에 대해서는 의무 위반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은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판단할 사항을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손해배상책임의 구조와 체계에 맞지 않는다.

(3)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로 임차물이 불에 타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계약상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화재의 원인이 무엇인지, 임대인과 임차인 중 어느 쪽이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 누가 지배·관리하는 영역(이하 ‘지배·관리 영역’이라 한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손해의 원인에 해당하는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화재가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은 화재 등의 사고 발생에 관하여 임차인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수단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생활영역이나 보호해야 하는 영역을 의미한다. 이는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위험을 인수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보아 임차인의 위험영역 또는 책임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판단하면서 지배·관리 영역을 고려하는 이유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인도받아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임차물을 물리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 발생하는 화재 등의 위험을 방지할 의무도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데 있다.

임대차계약에서 지배·관리 영역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그 체결 경위,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임차물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화재가 발생한 지점을 누가 관리하기로 하였는지 여부, 임차인이 임차물에 수리를 할 부분을 발견하거나 임차물과 그 주변에서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발견한 경우에 임대인에게 통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실심법원이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충분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화재의 발생지점이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하므로, 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세 경우로 구분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화재의 발생지점이 임차인이 임차하여 사용하는 부분(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전유부분)인 경우에는, 그 지점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 내에 있지 않는 한,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화재의 발생지점이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부분을 임차인이 주로 사용하거나 임차인이 그곳에 화재원인이 될 만한 물건을 쌓아둠으로써 화재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화재의 발생지점이 위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 자체가 어느 부분인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화재가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 임차인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화재가 났다는 점을 증명하거나(민법 제390조 단서) 화재에 대하여 임대인 또는 제3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4) 종래 다수의 대법원판결은 임차물이 화재로 불에 타 임차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보았고, 이는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졌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0. 11. 25. 선고 80다508 판결,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735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의 종료 당시 임차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참조).

반면에 몇몇 대법원판결들에서는, 주택 기타 건물 또는 그 일부의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물을 인도받아 이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동안에 임차물이 화재로 멸실된 경우에, 그 화재가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6562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등 참조).

다만 임차건물이 건물구조의 일부인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로 불에 타 임차인의 임차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대법원판결도 있다. 즉, 해당 임대차가 장기간 계속되었고 화재의 원인이 된 전기배선을 임차인이 직접 하였으며 임차인이 전기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전기배선에 대한 관리는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 내에 있었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한 화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51013 판결).

이러한 두 유형의 대법원판례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임차물이 원인 불명의 화재로 불에 탄 경우에 화재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 중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였는지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화재가 났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임차물의 반환불능 등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기존의 판례를 조화롭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5) 위에서 보았듯이 손해의 원인에 해당하는 화재가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증명되면 원칙적으로 그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화재로 임차물 자체가 불에 탄 경우에는 화재가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발생하였는지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에는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어야만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는 다수의견의 새로운 법리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에 속하는 경우로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한 경우를 들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이 임차물 자체의 손해배상인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배상인지에 따라 임차인이 화재의 발생 원인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달리하겠다는 것인지는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다. 임대인이 화재의 발생 원인까지 밝혀 그것이 임차인에 의하여 제공되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만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에 따르면 임차인의 위험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에도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하여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화재가 발생한 원인까지 밝혀져 그것이 임차인에 의하여 제공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만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화재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 다음으로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성립하는 경우에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1)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손해배상의 목적은 채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있었을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계약을 위반한 채무자는 이행이익, 즉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한 경제적 이익을 배상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등 참조). 이행이익은 계약의 목적물 자체에 해당하는 이익에 한정되지 않는다.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채권자에게 계약목적물 이외의 부분에 손해가 생겼다면 이러한 손해도 배상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있었을 상태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통상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66904 판결 등 참조). 채무를 불이행한 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그러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22446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2173 판결 등 참조).

(3) 우리 민법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채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그러한 손해가 이행이익에 해당하는지, 민법 제393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또 그로써 충분하다. 따라서 채권자가 배상을 구하는 손해가 계약목적물을 벗어난 부분에 발생한 이른바 확대손해, 2차 손해나 부가적 손해라 하더라도, 그 손해가 이행이익에 해당하고,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채무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채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법리는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한 경우에 임대차 기간 중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함께 임대인 소유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임차인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고 그에 따라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에 따라 판단한 다음,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이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가려 최종적인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임차인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면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손해가 발생한 부분이 임차물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당 건물 부분의 손해가 채무불이행에 따라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다수의견에서 인용한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하는 데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 부분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않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타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가분의 일체’라는 용어는 민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 밖의 다른 법령에서 사용되는 법률용어가 아니다. 대법원 86다카1066 판결 등이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범위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대법원은 그동안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그 손해가 임차인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민법 제393조에 따라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판단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손해배상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불가분의 일체’라는 도구적인 개념을 끌어와 간략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이해한다면,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앞에서 본 법리와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 판결을 통하여 굳이 기존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불가분의 일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임차 외 건물 부분에 관한 손해가 민법 제393조에 따라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예견가능한 손해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5) 계약 당사자 사이에 물리적으로 하나의 물체라고 볼 수 있는 물건, 즉 단일한 물건에서 발생한 손해를 계약목적물 자체와 그 밖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증명책임을 달리 정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임차물에서 불이 난 경우 임차물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을 긍정하면서 계약목적물을 벗어난 물건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수 없고 오로지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본다면, 기존의 대법원판례들과 저촉을 피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은 수급인이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도급인의 신체·재산에 이른바 ‘하자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도급인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6455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13667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확대손해 또는 2차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매도인이 채무의 내용으로 된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 위반사실 외에 그러한 의무 위반에 대한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매도인에게 그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3567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해는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 없는데도 판례는 이를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고 있다.

② 대법원은 ‘토지’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매도인이 매매 당시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여 그 위에 ‘건물’을 신축할 것이라는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고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매수인이 신축한 건물이 철거될 운명에 이르렀다면, 그 손해는 적어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2. 8. 14. 선고 92다2028 판결). 이 사안에서 건물 철거로 매수인이 입는 손해는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가 아님이 명백하지만, 판례는 이와 같이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고 있다.

③ 계약목적물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전매차익과 같은 활용기회의 상실이나 영업소득 등 일실이익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구성하는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다카7569 판결,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44774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6591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해가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가 아님은 분명하다.

④ 채무자의 의무 위반으로 채권자가 제3자에게 추가로 부담하게 된 손해배상금, 세금 등이나 제3자로부터 몰취당하게 된 금원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구성하는 것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80다130 판결, 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5369 판결, 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다47619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589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해도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가 아니다.

⑤ 대법원판례는 일정한 유형의 계약에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계약상 의무로 인정하고 있다. 즉, 숙박업자가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판결 등 참조), 병원이 입원환자에게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보호의무(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취할 안전배려의무(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13387 판결 등 참조)를 인정한 판결들이 그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에 판례는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손해를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고 있다.

⑥ 판례는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의 보호법익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라고 하면서도,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의 손해를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고 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28629 판결 등 참조).

⑦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재산적 손해 이외에 위자료의 배상을 실제로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으나, 비재산적 손해 또는 정신적 손해라고 하더라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이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12798 판결,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6289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6797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해도 계약목적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가 아님이 분명하다.

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본다.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은 2층 건물로서, 1층 중 150평(이하 ‘이 사건 임차목적물’이라 한다)은 피고(반소원고)가 임차하여 골프용품 보관·판매를 위한 매장으로 사용하였고, 2층은 원고가 가구를 보관하는 물류 창고로 사용하였다. 이 사건 임차목적물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더 이상 임차 목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사회통념상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종료하였다. 피고(반소원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온전한 상태로 반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졌다. 비록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재가 발생한 지점인 이 사건 건물의 ‘1층 전면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 부분으로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해 오던 부분에 해당하는 반면, 그 부분에 대하여 임대인인 원고가 지배·관리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반소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이 사건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심의 위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화재 발생 지점으로 밝혀진 ‘이 사건 건물 1층 주출입구 내부 우측 부분’은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가 주로 사용하던 부분이고, 피고(반소원고)와 그 직원들이 폐박스, 캐디가방, 골프공 등을 건물 1층 주출입구 쪽에 쌓아두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도 이 부분을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 부분으로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해 왔다’고 사실인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화재는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가 지배·관리하던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위 화재 발생 지점을 건물 전체를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한 부분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건물은 집합건물이 아닌 일반건물인데 화재 발생 지점이 피고(반소원고)가 주로 사용하던 부분으로서 지배·관리하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피고(반소원고)가 적어도 화재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화재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원심은 다음의 사실을 기초로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화재로 이 사건 임차물에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건물의 다른 부분인 1층 나머지 부분, 2층 및 옥상 부분이 소훼되어 원고가 입게 된 손해까지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건물의 내부 공간은 그 전체가 철근 기둥과 보로 지지되어 있는데, 다만 천장 내벽 슬래브에 의하여 그 내부 공간이 1층과 2층으로 구분되고 내부 계단을 통하여 1층에서 2층으로의 출입이 이루어짐과 아울러 2층에서 옥상으로 나가는 계단 출구에 조립식 패널(속칭 ‘샌드위치 판넬’) 구조의 창고가 2층에 연접하여 설치되어 있다. ② 외부 공간인 1층에서 3층까지 외벽은 그 전체가 조립식 패널로 일체를 이루는 구조이다. ③ 이 사건 건물 자체에 화재에 대비할 만한 단열시설이나 소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이 사건 건물 2층에는 원고 소유의 침대, 가구, 사무실 집기 등 가연성 물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원심판결의 이유 중에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그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건물의 구조와 재질, 건물의 이용·관리관계, 피고(반소원고)가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고 원고가 2층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던 점, 피고(반소원고)가 피고 삼성화재와 이 사건 임차목적물에 관하여 2건의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대상을 ‘건물’이라고 기재하고 임차목적물 외의 부분에 대한 손해도 보상범위에 포함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차 건물 부분과 이 사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모두 이 사건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반소원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가 피고(반소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원심의 판단은 추가적인 심리를 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심법원의 전권사항인 사실판단의 문제로 보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화재로 인한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라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한편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채권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과실상계를 하거나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하는 경우, 채권자의 과실 또는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다62251, 62268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다83908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4253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화재에 대비할 만한 단열시설이나 소화시설이 이 사건 건물에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도 손해 확대의 원인이 되었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반소원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원심판결 중 피고 삼성화재 패소 부분에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그 부분을 파기하여야 할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와 책임제한에 대한 주장 및 피고 삼성화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가.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한 경우에 임대차 기간 중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과 함께 임대인 소유의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탔을 때 임차인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성립하는 경우에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반대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화재의 원인이나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안에서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함에 있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임차인인 피고(반소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들 중 일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중 책임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채무자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행위에 이른 동기나 경위,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그 행위로 취한 이득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77355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8222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화재의 원인이나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때에는, 임차 건물 부분의 손해뿐만 아니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까지 임차인이 전부 책임지는 것은 임차인에게 가혹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전혀 책임지지 않고 그 부분 손해를 임대인이 모두 감수하도록 하는 것 또한 구체적 타당성에 어긋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 법원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긍정하되, 그 책임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법원이 위와 같이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데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 먼저 ‘계약의 내용과 관련된 요소’로서, 임대차계약의 내용 및 이에 따라 예정된 임차 건물 사용·수익의 용도·방법 및 임차인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 임대차 보증금, 차임, 그 밖에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대가의 액수 등이 있다.

② 다음으로 ‘건물 자체의 현황과 관련된 요소’로서, 1동의 건물 전체의 구조·성상·재질, 임차 건물 부분 및 1동의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한 방재시설, 소방시스템(감지기, 스프링클러 등), 전기·가스·수도공급설비 등의 설치 현황 및 노후화 정도, 임차 건물 부분과 나머지 건물 부분의 가액 차이 등이 있다.

③ 또한 ‘건물의 관리 상태와 관련된 요소’로서,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방재시설, 소방시스템, 전기·가스·수도공급설비 등의 정기적인 점검·관리·보수·교체 현황, 임차 건물 부분과 1동의 건물 전체의 일반적인 관리·이용 현황, 계속적인 운영·관리의 적정성 등이 있다.

④ 그리고 ‘사고 발생·확대와 관련된 요소’로서, 화재 발생 장소, 화재의 원인이 어느 정도까지 밝혀졌는지, 화재의 발생·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등이 있다.

⑤ 마지막으로 ‘피해와 관련된 요소’로서,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액과 임차 건물 이외의 부분에 발생한 손해액이 각각 얼마이고 서로 간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 이 사건 임차목적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고가 사용·수익하던 이 사건 건물 2층으로 확대된 후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원고 소유의 침대, 가구, 사무실 집기 등 가연성 물체들로 급격히 연소가 확대되어 이 사건 건물의 손해가 커지게 된 점, ㉰ 이 사건 건물 자체에 화재에 대비할 만한 단열시설 내지 소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도 그 손해 확대의 원인이 되었던 점, ㉱ 이 사건 화재의 급격한 확대 연소과정은 초기 진화가 쉽지 않은 이 사건 건물 내부 구조에 따른 것일 뿐 피고(반소원고) 측의 초기대응 미흡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 피고(반소원고)는 임대차 보증금 4,000만 원의 비교적 소액으로 이 사건 건물 일부를 임차하였던 반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는 2억 6,000여 만 원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반소원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를 70%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액과 임차 건물 이외의 부분에 발생한 손해액을 구분하여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임차 건물 부분과 1동의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한 방재시설, 소방시스템, 전기·가스·수도공급설비 등의 설치 현황 및 노후화 정도 등 건물 자체의 현황과 관련된 자료도 없으며, 그러한 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관리·보수·교체 현황, 그리고 임차 건물 부분과 1동의 건물 전체의 일반적인 관리·이용 현황, 계속적인 운영·관리의 적정성 등 건물의 관리 상태를 알 수 있는 자료 또한 없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에까지 손해가 확대되었을 때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나.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은 피고(반소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전체 손해액 산정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피고 삼성화재가 원고에게 지급할 전체 보험금의 액수에 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파기의 이유는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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