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행위의 의료법 위반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0. 1. 9. 선고 중요판결]
2019두50014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자) 파기환송
[전화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행위의 의료법 위반이 문제된 사건]
◇의사인 원고가 전화로 지시하여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1. 구 의료법(2013. 4. 5. 법률 제117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이 의사 등이 환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인으로서의 판단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사람의 건강상태 등을 증명하고 민·형사책임을 판단하는 증거가 되는 등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검안한 의사 등만이 이를 작성·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의사 등이 직접 진찰하여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그 환자를 대상자로 표시하여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교부하였다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도12608 판결 등 참조). 다만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므로,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참조).
구 의료법 제17조 제5항의 위임에 따른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2015. 1. 2. 보건복지부령 제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 별지 제9호 서식의 처방전에 ‘처방 의약품의 명칭ㆍ분량ㆍ용법 및 용량’ 등을 적은 후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별지 제9호 서식에는 처방 의약품의 명칭, 1회 투약량, 1일 투여횟수, 총 투약일수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2.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도19422 판결 등 참조).
3. 구 의료법은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반면(제89조), 제27조 제1항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7조 제1항 제2호). 또한 구 의료법 제68조의 위임에 따른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2013. 3. 29. 보건복지부령 제1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별표] ‘행정처분기준’은 의료인이 구 의료법 제17호 제1항을 위반하여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하는 반면[제2호 가. 5)항], 의료인이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호 가. 19)항]. 이처럼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제27조 제1항은 입법목적을 달리하며, 그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구성요건이다.
☞ 의사인 원고가 의료기관에 없는 상태에서 기존에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내원하자, 간호조무사가 원고에게 전화하여 원고로부터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출력하여 환자에게 교부한 사안에서, 원심은 위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의사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내용은 특정되었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원고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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