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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3다88829 판결[양수금]〈신의성실의 원칙 사건〉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3다88829 판결

[양수금]〈신의성실의 원칙 사건〉[공2015상,601]

【판시사항】

갑이 을이 장래 설립·운영할 병 주식회사에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거나 매도하기로 약정하고 병 회사 설립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다음 회장 등 직함으로 장기간 병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오다가, 병 회사가 설립된 때부터 약 15년이 지난 후에 토지 양도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약정은 상법 제290조 제3호에서 정한 재산인수로서 정관에 기재가 없어 무효이나, 갑이 토지 양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이 장래 설립·운영할 병 주식회사에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거나 매도하기로 약정하고 병 회사 설립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다음 회장 등 직함으로 장기간 병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오다가, 병 회사가 설립된 때부터 약 15년이 지난 후에 토지 양도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약정은 상법 제290조 제3호에서 정한 재산인수로서 정관에 기재가 없어 무효이나, 병 회사로서는 병 회사의 설립에 직접 관여하여 토지에 관한 재산인수를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한 다음 설립 후에는 장기간 병 회사의 경영에까지 참여하여 온 갑이 이제 와서 병 회사의 설립을 위한 토지 양도의 효력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갑이 을과 체결한 사업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양도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으며, 갑이 병 회사 설립 후 15년 가까이 지난 다음 토지의 양도가 정관의 기재 없는 재산인수임을 내세워 자신이 직접 관여한 회사설립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회사의 주주 또는 회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 보호라는 상법 제290조의 목적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이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2조, 상법 제290조 제3호

【전 문】

【원고, 피상고인】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김병주 외 1인)

【피고, 상고인】주식회사 동일캔바스엔지니어링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정완 외 1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3. 10. 23. 선고 2012나814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재산인수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상법 제290조 제3호는 변태설립사항의 하나로서 회사성립 후에 양수할 것을 약정한 재산의 종류, 수량, 가격과 그 양도인의 성명은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회사의 성립 후에 양수할 것을 약정한다는 것은 이른바 재산인수로서 발기인이 회사의 성립을 조건으로 다른 발기인이나 주식인수인 또는 제3자로부터 일정한 재산을 매매의 형식으로 양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체결함을 의미하며, 아직 원시정관의 작성 전이어서 발기인의 자격이 없는 자가 장래 성립할 회사를 위하여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그 회사의 설립을 위한 발기인이 되었다면 위 계약은 재산인수에 해당하고 정관에 기재가 없는 한 무효이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다3308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 회사의 발기인을 겸하는 원심 공동피고 1이 피고 회사가 설립되기 전에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소외인 명의의 이 사건 토지를 장차 설립될 피고 회사에 현물로 출자하거나 피고 회사가 원고로부터 이를 매수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약정은 상법 제290조 제3호가 규정하는 재산인수로서 피고 회사의 정관에 회사 설립 후 이 사건 토지를 인수한다는 사항이 기재되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산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이유모순,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등기부취득시효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등기부취득시효에서는 점유의 개시에 과실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무과실은 점유자가 자기의 소유라고 믿은 데에 과실이 없음을 말하며(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665 판결,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5다12704 판결 등 참조), 그 주장자가 증명책임을 진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토지의 취득 원인인 약정이 무효인 재산인수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에 피고 회사에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여, 피고 회사의 등기부취득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지만, 위에서 본 재산인수에 관한 원심판결 이유에 비추어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 때에 이 사건 토지가 피고 회사의 소유라고 믿은 데에 과실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므로, 피고 회사의 등기부취득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의 결론에는 잘못이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등기부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불비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 회사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음에도,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그 일방의 권리행사를 부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13856 판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다4797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42129 판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432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장기간 혼자서 또는 동업자와 함께 캔바스 제조업체를 경영하다가 생질인 원심 공동피고 1에게 개인사업체인 동일캔바스의 영업권 등 일체의 자산과 채무를 1996. 10. 31.자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양도하되 대금은 자산과 채무의 차액인 202,674,520원으로 정하여 1996. 12. 31.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계약서에 기재된 계약일자는 1996. 10. 30.이다. 이하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 회사의 설립일 전에 원심 공동피고 1과 사이에 원심 공동피고 1이 장차 같은 업종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운영할 피고 회사에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거나 매도하기로 하는 앞서 본 재산인수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고, 그 무렵 설립이나 운영에 관여하고 있던 또 다른 회사 또는 동업자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양수하였다.

피고 회사는 1996. 9. 12. 원심 공동피고 1을 대표이사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설립 등기를 마쳤는데,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에 따라 개인사업체인 위 동일캔바스의 영업권 등이 원고로부터 원심 공동피고 1을 거쳐 피고 회사에 귀속됨과 아울러, 피고 회사의 설립 후인 1996. 10. 29.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6. 10. 22.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1997. 1. 14.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가 피고 회사 앞으로 각 마쳐졌다.

(2) 위와 같은 피고 회사의 설립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원심 공동피고 1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의 영업권 등 일체의 자산과 채무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등 피고 회사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원고는 피고 회사의 설립 후에도 원심 공동피고 1의 동업자 또는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서 2008년경까지 회장 또는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피고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였다.

(3) 이 사건 토지는 캔바스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용 건물의 부지로서 피고 회사의 영업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재산이고, 그 설립 무렵부터 피고 회사의 영업에 제공되어 왔으며, 원고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터인데, 원고는 피고 회사의 설립 후 약 15년 동안 이 사건 토지의 양도나 그에 따라 피고 회사 앞으로 마친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을 문제 삼지 아니하다가, 피고 회사의 설립 당시 원심 공동피고 1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양도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원심 공동피고 1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 회사를 공동피고로 삼아 비로소 그 양도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4)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주장하는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원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양도대금채권은 이미 그 소멸시효의 완성에 의하여 소멸함으로써, 원고는 원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위 채권을 상실하였다.

(5) 피고 회사에 이 사건 토지를 양도하기로 한 원고와 원심 공동피고 1 사이의 약정이 상법 제290조 제3호에서 정한 재산인수에 해당하기는 하나, 한편으로 위 약정의 체결 경위, 피고 회사 앞으로 마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을 비롯한 이 사건 토지의 이전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토지의 현물출자 내지 양도는 피고 회사의 설립 후에 피고 회사와 이 사건 토지의 등기명의인인 소외인 또는 현물출자자 내지 매도인인 원고 사이의 매매계약에 의한 방법으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종전 소유자에게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매수대금 및 피고 회사의 설립 당시 자본금의 규모 등으로 미루어 이 사건 토지의 취득 대가는 피고 회사 자본의 20분의 1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인수는 동시에 상법 제375조에서 정한 사후설립에도 해당할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하여 만약 피고 회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이 있었다면 피고 회사는 유효하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91다33087 판결 참조).

(6) 원심 공동피고 1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여 왔고, 피고 회사의 주식 전부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로서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인수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바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이를 추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데에 특별한 장애가 있었다고 볼 자료를 찾을 수 없다.

(7) 상법이 재산인수를 회사의 변태설립사항의 하나로 정하여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취지는, 재산인수의 목적인 재산의 가격을 과대하게 평가하게 되면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현물출자의 엄격한 규제를 잠탈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정관에 기재하게 함으로써 회사의 주주와 회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해할 위험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토지가 피고 회사에 양도되어 줄곧 피고 회사의 영업용 재산으로 사용되어 온 이상, 이 사건 토지 취득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피고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할 염려는 없어 보이고, 원고가 그 재산인수의 무효를 주장하기 전까지 피고 회사의 주주나 채권자 등이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 역시 찾기 어렵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토지를 피고 회사의 유효한 자산으로 취급하여 온 피고 회사로서는 피고 회사의 설립에 직접 관여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인수를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한 다음 그 설립 후에는 장기간 피고 회사의 경영에까지 참여하여 온 원고가 이제 와서 피고 회사의 설립을 위한 이 사건 토지의 양도의 효력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미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에 따른 원고의 원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양도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으며 또한 이 사건 사업양도양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채권채무관계를 가지지 아니하는 원고가 피고 회사의 설립 후 15년 가까이 지난 다음 새삼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정관의 기재 없는 재산인수임을 내세워 자신이 직접 관여한 회사설립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회사의 주주 또는 회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 보호라는 상법 제290조의 목적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이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인수의 효력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피지 아니하고, 그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피고 회사 앞으로 마친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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